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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유급제 전환, 전문위원제 도입 등 위상은 강화됐지만 주민대표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미흡하다. 땅에 떨어진 기초의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자질과 전문성을 키우고 흐트러진 도덕성을 다잡아야 한다. 울산의 경우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예산결산 과정에서도 일부 의회는 구태를 반복했다.

기초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의원들을 특정 정당 일색으로 만든 정당공천제가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후보의 자질이나 의정활동 성적보다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공천의 주요 잣대가 되다 보니 빚어진 폐해다. 울산의 경우  5개 구·군의회가 집행부가 발의한 안건 대부분을 통과시키면서 의회의 절대기능인 감시와 견제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울산지역 5개 구·군 집행부가 발의한 의안 대부분이 글자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5개 구·군의회에 따르면 지난 해 5개 구·군 집행부가 발의한 의안 건수는 중구 74건, 남구 53건, 동구 61건, 북구 91건, 울주군 72건 등 총 351건이다. 이들 안건 중 88.3%(310건)가 원안 그대로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부결된 건수를 보면 5개 구·군 집행부의 발의 안건 351건 중 단 4건(1.1%)이다. 이 가운데 37건(10.5%)은 수정 가결했다. 나머지 2건(0.6%)은 보류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5개 구·군이 발의한 안건이 의회에 견제 없이 대부분 원안 가결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초의회 한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발의된 안건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조례 통과를 위해 공동발의 명단에 서명한다"면서 "또 일부 집행부 관계자는 빠른 의회 통과와 의원들의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집행부가 발의해야 할 의안을 의원들에 줘 의원발의를 유도하기도 한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기초의회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의회가 지난 해 처리한 의안 분석 결과, 원안 그대로 가결한 수치가 무려 102건으로 전체 발의한 의안 109건 대비 93.6%였다. 집행부가 발의한 안을 그대로 의원들이 가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의회가 스스로 견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은 되짚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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