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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비한 지진대피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울산시와 각 구·군이 지진으로 주택 파손 등의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임시 수용하기 위해 '지진 실내구호소'를 지정하면서 내진설계도 되지 않은 일선학교 체육관 등을 구호소로 지정했다고 한다.

더구나 이재민을 집단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나 다목적강당이 없는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하는 교실까지 마구잡이 지진 구호소로 지정했는가하면 시설의 수용가능 면적을 엉터리로 파악한 곳도 수두룩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울산시는 지난해 9.12 경주 지진을 계기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해 '지진대피소(지진 옥외대피소, 지진 실내구호소)'를 지정·운영하라는 정부 지시에 따라 5개 구·군에 걸쳐 옥외대피소 262곳과 실내구호소 117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진대피소는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지정됐는데, 지진 발생시 긴급 대피하는 옥외대피소의 경우 학교운동장 205곳과 공설운동장·공원 등 57곳이 지정됐다. 또 이재민 실내구호소는 학교 83곳과 관공서 22곳, 복지·종교시설 등은 12곳이 지정됐다. 각 구·군별로 지정된 지진 실내구호소는 중구 26곳, 남구 31곳, 동구 16곳, 북구 16곳, 울주군 29곳이다. 문제는 이재민 집단 구호시설인 실내구호소는 반드시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물을 지정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내진성능을 갖추지 않은 곳이 무더기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진 실내구호소 지정업무 전반이 부실·오류로 점철되면서 내진설계가 적용된 체육관이나 다목적강당이 있는 학교를 골라 지정한 정상적인 구호소는 전체의 4분의 1 수준인 32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민 보호를 위한 중요 안전인프라인 지진 실내구호소가 마구잡이로 지정된 것은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다. 우리의 지진 대비책이 이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켜 결국 원전 폭발까지 이어졌을 당시 국민이 공포에 휩싸이자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의 지진·해일 대비책은 여전히 허술하기만 하다. 재난 방지와 안전문제는 국가경제 형편과 국민 생업에 직결됨은 상식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피시설을 갖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철저한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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