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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대곡리 암각화에 가려졌던 반구대(포은대)의 문학적 면모가 드러난다.

 울산대곡박물관 (관장 신형석)은 울산 반구대 일대를 한시로 기록한 '집청정시집(集淸亭詩集)'을 우리말로 번역해 '역주 집청정시집(譯註 集淸亭詩集)'을 발간했다.

 '집청정'은 운암 최신기(1673~1737)가 정몽주에 의해 알려진 반구대가 잊히는 것이 안타까워 만든 정자로 '포은정(圃隱停)'으로도 불렸다. 이곳에서 수많은 관인, 시인과 묵객들이 드나들어 한시를 지으며 교류했다. 이곳에 보관된 시를 최준식(최경환, 1909∼1978)이 정리해 만든 책이 '집청정'이다.

 학술 자료집의 용도로 번역한 '역주집청정시집'의 구성은 △집청정 사진 △서언 △제1부 역주'집청정시집'△제2부 '집청정시집'의 문학적 의미 △찾아보기 △부록:'집청정사진'영인 자료로 구성했으며 총 507 쪽이다.

 논고 '집정청시집의 형식과 주요 화소(話素)'에 따르면 작품의 주제는 반구대를 무릉도원(武陵桃源), 난가기(爛柯碁) 이야기, 화중천(畵中天), 유상곡수(流觴曲水)와 같이, 신선이 머무는 곳처럼 비유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영조 3년(1727년)에 동래부사로 부임한 권부(1662~?)는 '기이한 형상은 바위에 조물주의 흔적을 지니고 있네 … / 품평(品評)이 무릉도원과 어떠한가?'라는 시를 남겼다.

 그림 속의 천지라는 의미인 화충전을 시 구절에 넣은 정규양(1667~1732)의 작품은 '위에는 기이한 바위가 있고 아래에는 시내가 있는데/ 높다란 처마는 마치 그림 속의 세상에 있는 듯하네…'라고 지었다.

 또 다른 논고인 '집청정을 통한 문학적 교유와 소통'에서는 '정자를 만남의 장소로 하여 맺어진 교유의 실상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고 기록했다.

 그 예로 이성경(1719~1791)의 시(작품번호 274)는 '… 모이라고하기에 황 부윤(府尹)과 권 화숙을 모시고 이틀 밤을 묵고 돌아가다'라는 기록을 남기고 '…벽문(壁文)에는 옛날처럼 마침내 주관하는 사람이 있기에/ 소객(騷客)은 올라와서 (돌아갈 줄 모르네)'라고 지었다.

 대곡박물관 신형석 관장은 "이번 학술집이 집청정과 반구대에서 이뤄진 한문학, 사람과의 교유관계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곡박물관은 책 발간 기념으로 '대곡천 집청정 유람길 걷기와 한문학 이해' 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22일 오후 2시까지 대곡박물관에 모여 장천사지(障川寺址)에서 반구대·집청정까지 걸으며 답사한다.
 신청은 1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대곡박물관 누리집 행사코너에서 신청하며 선착순 30명이다.   차은주기자 usc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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