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석유공사가 보유 중인 국내 유일의 시추선 두성호.

한국석유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산매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시추선 '두성호' 매각 추진을 두고, 찬반 논란과 함께 성사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제3차 자원개발 구조조정 이행점검위원회'에서 자산매각을 통해 147개의 생산자산수를 20%이상 감축하고, 두성호(시추선) 등 비주력 사업 분야 자산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세계 95번째 산유국이 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국내 유일의 시추선 '두성호' 매각 추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석유공사가 보유 중인 두성호는 1984년 5월 건조(대우조선해양)한 국내 유일의 반잠수식 시추선으로, 시추공을 뚫을 때마다 원유와 가스를 발견한 사례가 많아 '행운의 시추선(lucky rig)'으로도 불린다. 특히 1998년 7월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의 탐사 시추에 성공, 2000년 2월 산유국 선포식(현 동해-1 가스전)에서 전 세계 95번째 산유국임을 알렸다.

 그러다 선체와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시추 실적은 줄어들고 보수 관리 비용은 점점 쌓였다. 해외 자원개발 실패 등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석유공사로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고, 두성호는 결국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게 됐다.
 당초 설계수명은 30년이었으나 설계 수명 연장을 통해 내구연한이 2030년까지 늘어났다.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인 석유공사는 수명연장 됐지만 노후화된 시추선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6년~2015년까지 10년 동안 석유공사에서 '두성호'를 보수하고 관리하는 데 소요된 비용만 총 416억원. 현재 두성호는 말레이시아 앞바다에 있다.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빚이 늘어난 석유공사로서는 수리·유지·보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두성호를 매각하기로 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설계수명(30년)이 지나 선체와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시추 실적은 줄어들고 보수 관리 비용만 늘어갔다"며 "선체와 설비가 모두 노후화된 시추선인 두성호의 해상시추 작업 실적 역시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유일한 시추선이자 국적시추선 매각은 국가기반의 시추선산업을 사장시키는 것이라며 매각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공사 노동조합은 '무분별한 자산매각·헐값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내대륙붕에서의 적극적인 탐사 및 시추가 이뤄져야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국적시추선의 보유 및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성호는 석유공사가 1994년 한국석유시추(주)를 인수한 이후 8,000억의 매출을 올려온 핵심 사업분야였으며, 2016년까지 평균영업이익률이 42%에 달한다고 공사 노조는 밝혔다.

 공사 노조는 "시추시장의 시황 악화를 이유로 매각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매각 시 30년간 한국석유공사가 쌓은 국내의 유일무이한 시추선 운영경험 및 기술이 고스란히 사장됨은 물론, 국적시추선 상실로 국가기반산업이 통째로 종료되는 국가적 손실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석유공사가 매각에 나선다 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높지 않아 시추사업의 채산성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많은 가운데, 33년 된 시추설비 인수자가 나설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한편 석유공사는 2015년 8월 시추선 '두성호' 실물의 약 1/100 정도 크기(가로 750㎜ 세로 580㎜ 높이 900㎜) 모형을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