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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노조는 '파업만은 막아보자'던 각계의 노력과 우려를 끝내 저버린 채 파업을 결정했다. 오는 월요일인 15일 주·야간조 각 4시간, 17일 주·야간조 각 6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또 이후의 파업 일정은 1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잔업과 특근거부도 지속하면서 사업부별로 보고대회와 중앙쟁대위 출범식, 본관 앞 중앙집회 등을 잇따라 열어 파업 열기를 고조시켜 나간다는 구체적인 행동 요령까지 확정했다. 이 모든 것을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니, 마치 공산당 전당대회를 옮겨다 놓은 듯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참가 대의원들만이라도 찬반투표를 실시, 의결하자는 일부 대의원들의 주장이 먹혀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노조는 파업 여부를 묻는 안건을 상정한 뒤 노조가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만장일치 결의를 요청하는 등 거의 강압적인 분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도대체 무엇이 노조를 이토록 험악하게 하고 전의를 불태우게 하는가. 성과금 50%를 못 받은 것이 전부인지, 아니면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에서 강성 일변도로 치닫게 하는가.
 이것도 아니면 기념품비리에 따른 도덕성 상처를 덮기 위한 잔재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또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을 파업 일정으로 순연시키면서, 현 집행부를 탄생시킨 현장조직에게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이 이런 얄팍한 잔재주로 속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더욱이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은 이골이 날 정도로 많았던 투쟁에서 집행부의 진의와 선명성 등을 충분히 가려낼 줄 아는 혜안을 키웠다. 그런데 이들 백전노장들을 대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선동과 밀어붙이기로는 입지만을 더욱 축소시킬 뿐이다. 찬반투표를 하자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비록 일정과 여러 가지 사정상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참석 대의원들만의 찬반투표는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 이는 시민과 국민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바에 "찬반투표는 해서 무엇 하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명분과 목적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절차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혹 참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는데 실패, 파업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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