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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권 원전 건설의 완성판이 될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신규 원전건설 중단을 공약하면서 이미 예견됐듯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가 찬반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미 2조원 투입 전체 공정률 30% 넘어
조선업계 침체 지역경제 엎친데 덮친격
재정지원금 무산 관련 사업 줄줄이 차질
대통령 공약 이행 상징적 중단 불가피 지적
단층조사 등 안전 보강 후 공사 재개 방안도


 반핵단체들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 기다렸다는 듯,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통한 즉각적인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원전특위을 본격 가동, 지난 18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전본부를 방문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위한 현장 활동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원전공약 이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지만, 예전 정권에선 야당 몫이던 역할을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물론 사업의 전면 백지화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새 정부 원전정책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전면적 대응을 자제한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올 2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입법화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는 울주군의회나 신고리 5·6호기를 주민자율 유치한 서생면 주민들도 공식적인 반응을 유보한 채 여당과 반핵단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역의 야당 의원들도 '신규 원전건설 중단'이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만 있을 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와 관련한 본격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체하면서 정부가 원전정책을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의 신규 원전건설 중단 공약으로 촉발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압박이 이처럼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사업을 중단할 경우 뒷감당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나 문제 제기는 전무한 상태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외치는 구호만 무성할 뿐, 이후 벌어질 경제적 문제와 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지난해 6월 착공,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 육·해상 총 271만㎡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발전용량 총 2,800㎿)는 무려 8조6,000억 원짜리 국책사업이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30%로, 설계는 90%, 구매 60%, 시공 10%을 넘어섰고, 집행된 사업비만 2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중단을 강행할 경우 뒤따를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돼 있다.
 최소 2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 원에 달할 매몰비용도 문제지만,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기간 동안 연인원 600만 명, 하루 최대 3,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울주군은 모두 3,149억 원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법정지원금이 중단돼 심각한 재정 타격을 입게 되고, 향후 상업운전 60년간 1조6,940억 원에 이르는 세수 등의 손실도 뒤따른다.
 게다가 울주군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원전특별지원금 중에서 800억 원을 투입키로 한 에너지융합 일반산업단지 조성도 별도의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경우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울주군에 대한 이 같은 직접적인 재정 손실 외에 자율유치에 따른 상생협력사업비 1,500억 원 등 총 9,000억 원 규모의 지역 주민 지원도 날아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친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투입된 비용이 많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기는 어렵겠지만, 한차례 홍역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문 대통령의 신규 원전 중단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라도 신고리 5·6호기의 '상징적 중단'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원전 문제의 뿌리에 '불안'이 내재된 만큼, 정부가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양산단층 조사 등을 통해 안전을 보강한 뒤 공사를 재개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의견 중에는 문 대통령의 신규 원전 중단 공약의 첫 번째 희생양은 신고리 5·6호기가 아니라 인근에 계획 중인 신고리 7·8호기와 착공을 앞둔 신한울 3·4호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법조계의 한 인사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경우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부담은 물론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문제는 단순히 대선 공약을 실천하는 차원이 아니라 파생될 경제,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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