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대통령 공약사업과 주요 현안사업들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까다로운 통과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사업 규모가 반토막 나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의 공약사업과 지지부진한 지역의 현안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 인구 적어 타당성 입증 어려워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평가를 말한다.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 제고가 목적으로 1999년 도입됐다.
 대상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다.
 그러나 울산은 이 예타로 인해 대통령 공약사업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전 정권의 핵심 공약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국립산재모병원 건립 사업, 시급한 현안사업인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등은 2년 넘게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기재부가 원칙으로 규정한 예비타당성조사 수행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히 늦은 것이다.

# 부자도시도 한몫
이는 울산이 예타 기준을 통과하는 데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타는 경제성 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 등의 평가항목별 분석결과를 토대로 다기준분석의 일종인 계층화분석법(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을 활용해 종합평가를 한다. 일반적으로 AHP가 0.5 이상이면 사업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진하게 된다.


 울산의 주요사업들은 최대 50%까지 가중치를 차지하는 경제성 분석에서부터 제동이 걸린다.
 보통 투자대비수익률을 나타내는 비용편익비율(B/C)이 1 이상부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 수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업마다 다르지만 인구가 많으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전체 인구 5,100만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5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지역은 예타 통과가 용의한 반면 지방은 어렵다. 
 특히 울산의 인구는 120만명으로, 부산(350만), 대구(250만), 광주(150만), 대전(150만) 등 지방 5대 광역시 가운데 최저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다보니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사업비가 4,393억원에서 1,865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등 예타 과정에서 현안사업들이 반쪽짜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평가항목인 지역균형발전 분석에서는 지역낙후도 등이 고려되는 데 1인당 지역내총생산, 지역총소득, 개인소득 등이 최고 수준인 울산이 점수를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예타 종합평가에서 울산이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경제성 분석과 지역균형발전 분석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 80%에 달한다.

# 대선공약사업 난항 해결책 인식
김기현 시장은 지난 1일 시도지사협의회 회장단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만난 자리에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예타 개선을 요구했다. 비수도권의 대선공약을 포함한 대형사업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예타를 면제하거나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요청은 예타 개선 없이는 이번 정부의 울산 공약 실현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부의 공약으로 새롭게 예타를 받아야 할 사업은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국립 3D프린팅 연구원 설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 등이다.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10.5㎞ 규모로 추진 중인데 예타 통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약 규모는 25.3㎞로 2배가 넘게 늘어나 새롭게 예타를 받는다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립 3D프린팅 연구원 설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도 각각 1,500억원, 5,0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데 경제성 분석에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면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지능형 미래자동차 중소기업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시가 추진 중인 주요 현안사업도 예타에서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계속되면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선은 울산뿐 아니라 타 지방 시·도 모두를 위한 것이다"며 "지역균형발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합리적 결정을 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창훈기자 usjc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