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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9일 울산에서 사시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윤두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울산에 그런 분이 사셨는지 조차 몰랐던 필자로선 아주 놀라운 사건이었다.
 울산의 한 여성단체에서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윤두이 할머니를 돌봐왔었고, 할머니의 슬픈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 하며 상주의 심정으로 소박하나마 추모식을 마련했다.

 

   여성이라 겪었던 위안부 인생


 부산이 고향이신 윤두이 할머니는 부산 영도 제1위안소로 열다섯의 나이에 끌려가 3년 동안 모진 고초를 겪으셨다. 그야말로 집을 지척에 두고 갇혀야하는 비극을 당하신 것이다. 해방을 맞이하시고도 고향집으로 끝내 돌아가시지 못하시고, 서울에 계시다 1986년 부모님의 고향인 울산에 정착하셔서 사셨다고 한다.
 생전에 할머님이 말씀하시길 다시 태어난다면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게 소원이라 하셨단다. 끝내 꽃가마도 못타보신 할머니를 그렇게 꽃상여 태워 보내드려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너무도 아팠다.


 여성이라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역사의 뒤란으로 넘어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20세기의 기억을 그냥 묻어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황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2008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봉작이었던 '텐텐'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옴니버스식의 여러 작품들 중 변영주 감독의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 Part Ⅱ'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위안부라는 삶의 무게를 평생지고 살아가시는 이용수 할머니의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위안부로서 16년 동안 시위를 계속해야만 하는 가슴 속 응어리를 캐내어 담담하게 들려준다.

 

   명예·인권기념 증언보존 노력


 '위안부' 할머니들은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16년째 수요시위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기념하고, 그분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보존하기 위해 1994년부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2006년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 내 매점자리를 박물관 건립부지로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서대문 독립공원 내 순국선열유족회에서 크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위안부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독립공원에 들어 설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으로 인해 현재까지 박물관 건립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한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부끄럽습니까? 저는 조선의 딸이었기 때문에 끌려갔습니다. 우리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부끄러워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직도 어김없이 수요일엔 몇 남지 않은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부끄런 상처라고 덮어야 할까


 변영주 감독은 우리들에게 문제제기를 한다.
 우리는 행복한 21세기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냐고. 20세기는 우리에게 이제 이미 떨어져가고 있는 상처의 딱지에 불과하냐고.
 변감독의 물음 앞에 왠지 숙제를 못한 학생마냥 허둥지둥 낯이 뜨거워짐은 어쩔 수 없다.
 과연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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