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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예의지국, 신세대 아이들은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잘 이해 못한다. 간혹 어디선가 듣긴 들어도 무엇 때문에 이 말이 생겨나고 이 말을 사용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모르고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학교 교육의 잘못에만 있다고 할 수 없으나 그러나 우리세대는 그 말과 뜻을 학교공부에서 배웠다.
 언제부턴가 학교공부는 입시에만 치중되었고, 예절교육을 도외시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무분별한 행동과 겁 없이 날뛰는 처신머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모름지기 예절교육을 제대로 배운 아이들이라면 어떤 사람, 어느 장소에서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경로효친 사상이, 예절 그 자체가 상실되어 버리고 없다. 그래서일까? 함부로 행동하고 버릇없는 사람들에게서 부모마저 부양하지 않으려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민을 떠나기 위해 제주도 관광을 가서 부모를 버리고 온 파렴치한 자식이 있는가 하면 먹고 사는데는 걱정이 없으면서도 귀찮게 여겨 양로원에 보내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미 경로효친사상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고려장이란 제도가 한때 있었고, 기로국(棄老國)에서도 있었다. 이 악습이 없어지게 된 유래를 기로전설(棄老傳說)이라 불렀는데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70세의 노인을 버리기 위해 그의 아들이 지게에 지고 깊은 산속에 가서 내려놓고 약간의 음식을 준 뒤 되돌아 오려했다. 이때 옆에 놓인 지게를 따라왔던 어린 아들이 다시 지고 오려고 하자 그의 아버지는 왜 가져 가는냐고 물었다. 아들은 "아버지도 나이가 들면 이 자리에 지고 와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이에 크게 깨달은 아버지는 늙은 그의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와 잘 봉양했다고 하여 그 이후로 조정에서는 고려장을 폐지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불경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도 자세히 적혀 있고, 성종 때의 용재총화란 문헌에 보면 여진족들은 부모가 늙어 걷지 못하면 자식이 맛있는 음식을 차려서 먹게 한 후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높은 나무의 가지에 걸어놓고 활을 쏘아 죽인다. 이 때 단 한발에 죽게 하면 효자라 했다는 견문록이 있는걸 보면 노년의 부모학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었던 사실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동양과 비슷한 설화가 있었다고 하니 한 때는 세계적으로 노인경시사상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시대의 문헌비고(文獻備考)에 보면 노부모를 집밖에 내버려서 돌보지 않고 죽게 하는 악습이 있었는데, 만일 노인을 집안에서 죽게 하면 살던 집을 부수거나 불태워 버리고 이사를 떠났다. 토굴이나 생매장하는 고려장도 바로 노인 유기문화(遺棄文化)의 증거일 수 있다고 이규태(李圭泰)는 그의 신문칼럼에서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특히 사회학자 브린튼은 "인간속의 인간성과 동물성의 경계가 바로 기로속(棄老俗)이다"고 정의했음이 이해가 간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는 과거속의 이야기들일뿐, 시방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국에서는 그런 제도나 폐습이 없다. 노인 천대의식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경노효친이란 말이 생겨났고 효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미덕이며 미풍양속으로 영구히 지속되어 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인간다운 인간의 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부모님에게 반드시 효도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그 어려운 시기에 이만큼이라도 키워서 사회인으로 내어놓은 부모님께 진실로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노부모 경시 풍조는 하루 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부모 모시기가 귀찮아서 여행을 가서 버리거나 양로원 같은데 보내서 자기들만이 편히 살겠노란 생각을 가졌다면 반드시 그 벌은 그들도 다음 자식들에게 유기(遺棄)되어서 한스러운 인생을 살아보면 깨달을 것이다.
 모름지기 동방예의지국이란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법을 준수하고 미풍양속을 지켜 나갈 때 찬란한 문화민족임을 다시한번 세계속에 자랑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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