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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톱 배우를 비롯해 K팝 스타까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의 마약 소식은 팬들의 실망과 함께 호기심도 불러일으켜 충동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 필로폰이 섞인 음료가 배포돼 충격을 주더니 얼마 전에는 대학 캠퍼스에 마약 광고전단이 마구 뿌려졌다. 우리나라가 이미 7년 전에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는 하지만 청소년들조차 마약류를 구입하고 흡입하는데 이 정도로 자유로운 나라가 됐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AR ·VR 체험형 등 학교내 마약류 포함 약물중독 예방교육 강화
 그동안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마약 거래와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마약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마약 조직이 우리나라를 주요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경고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인구 10만 명 당 마약범죄 적발 위험을 나타내는 마약류 범죄계수가 2020년에 벌써 35로 치솟았다고 한다. 계수 20을 넘으면 통제하기 힘든 상태란 뜻이다. 특히 청소년층 마약사범이 지난해를 기준점으로 잡아도 5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만도 8월까지 마약을 접한 10대는 875명으로 지난해 전체(481명)보다 2배가량 많다. 마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이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판매책이 된 것이 실상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마약범죄가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젠 단속과 처벌만으론 마약사범을 근절시키지 못한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마약은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어 한 번 빠지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면 개인의 정신과 육체를 망가뜨리는 것을 넘어 전체 사회를 병들게 하는 등 부작용도 엄청나다. 우리 사회의 역량을 모두 모아 마약 근절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년)에 마약예방교육을 강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에 따르면 우선 교육부는 올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과 함께 SNS 등 온라인으로 일반 청소년의 마약류 인식·노출 현황 실태조사를 벌이고 내년에는 마약류 사범 청소년의 중독 지원 현황 파악을 위한 심층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학교가 '사이버 및 약물·마약중독 예방교육'을 연간 10시간씩 하도록 정한 고시를 개정해 전체 10시간 중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중독 예방교육' 시간을 유·초등학교의 경우 5시간, 중학교는 6시간, 고등학교는 7시간 이상으로 명시했다. 게다가 교육 효과를 높이고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자료를 만들고, 학교에서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들의 학습자료 개발도 지원키로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마약류 예방·지원 근거 마련 골든타임 확보 발벗고 나설 때
 더욱 눈에 뛰는 것이 식약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마약관련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수립한 점이다. 청소년이 호기심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방송에서 마약 투약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게 하는 등 온라인 마약 거래·광고 게시물에 대한 주 2회 대면심의를 주 5회 서면심의로 확대하고 마약 관련 키워드를 담은 불법광고 점검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마약중독 예방·치료·재활·처벌과 관련된 정보를 통합한 누리집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독자에 대한 치유 지원을 강화하고자 현재 서울·부산·대전 등 3곳에 있는 중독재활센터를 내년부터 울산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공급자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구형 등 엄정 대처를 밝힌 바 있지만 갈수록 고도화되고 폭증하는 마약범죄 대응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청소년 마약류의 예방 및 지원 근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마약에 손대는 순간, 예방에 관한 학교교육은 이미 늦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 사회에 마약범죄가 일상화·구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구 없는 청소년 마약의 근절을 위해 일선 학교가 발 벗고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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