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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장세련.
삽화 장세련.

 

김장복의 물건은 박달나무 다듬잇방망이처럼 꼿꼿하게 성이 나 있었지만, 섣불리 옥문에 가져가지 않았다. 손가락이 무릎을 지나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훑고 올라갔다. 김장복의 검지가 거웃에 닿았을 때 부인은 입을 딱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김장복이 입술을 부인의 가슴께에 가져가자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와락 끌어안았다. 김장복의 몸이 그대로 부인의 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파정을 하고 난 산 사내들은 김장복의 힘찬 방아질에 입을 헤벌쭉 벌리고 바라보기만 했다. 어떤 자들은 이미 시들어 버린 자신의 쪼그라진 물건을 붙잡고 다시 살려보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두 사람의 정사에 마구령 산신령도 숨을 죽이고 엿보고 있는 듯했다. 온종일 시끄럽던 산새들도 울음을 뚝 멈추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고요 속에 빠져 있는 마구령의 공기를 흔들었다. 드디어 부인의 입에서 통나무가 비틀리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사를 마친 부인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게 차분하게 옷매무새를 고쳐 입었다. 산 사내들은 지붕 위에 올라간 닭 쳐다보듯 했다. 모두 고개를 내려가는 부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장복은 한참 동안 부인을 바래다주었다. 부인은 그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더니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나는 순흥의 안 부잣집 예천 댁이오. 순흥 사람들에게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부인은 자신의 거처를 알려주고는 재바르게 산 아래로 내려갔다. 김장복은 순흥의 안 부잣집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인심이 후하기로 근동에 소문이 자자한 집이었다. 그런 평판 좋은 부잣집의 마나님을 범했다는 사실에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지금까지 많은 여자를 안아 보았지만 안 부잣집 마나님만큼 속궁합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장복이 순흥 부자 안흥선의 부인을 만난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그 후로 김장복은 툭하면 부석장에 보내 달라고 털보에게 떼를 썼다. 털보도 내용을 다 알고 있는지라 가끔 일거리를 만들어 부석장에 내려보냈다. 산꾼들이 모아놓은 산약초를 팔아 생필품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부석장에 내려간 김장복은 매번 예천 댁을 만나고 왔다. 예천 댁도 송이나 약초 따위를 구한다는 핑계를 대고 부석장에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디서 정을 나누고 오는지 알지 못했다. 산꾼들은 모두 김장복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언제나 그런 찰떡궁합의 여자를 만날까 막막한 심정이었다.

 산을 넘는 여인들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내들이 순번을 기다리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지 손꼽아 기다릴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산삼을 캔 사내도 여인 맛을 본 지 일 년을 넘기고 있었다. 한 번씩 동료가 여인을 올라타 절구질을 하는 걸 보며 용두질을 친 것이 다였다.

 주막거리에 당도한 산꾼은 털보가 일러준 주막집에 들어갔다. 주막집 주인은 털보에게 약조를 받은 터라 군말 없이 산꾼을 받아들였다. 산꾼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골방에 들어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런 다음 술보다 먼저 색시부터 불렀다. 주막집 주인은 자기 집에서 제일 못생기고 나이 든 색시를 들여보냈다. 산꾼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낮부터 골방에 불려 들어간 색시는 입이 한 발은 튀어나왔다. 간밤에도 사내들의 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온갖 주정을 다 받아내느라 지쳐있던 참이었다. 새벽까지 사내들 틈에 치이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었다. 그런데 잠이 깨기도 전에 사내를 맞으러 골방에 들어가자니 죽을 맛이었다.

 색시는 산꾼이 앉아 있는 골방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퍼질러 앉더니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리고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삼춘 빨리해. 아침부터 찾아온 걸 보니 며칠 굶었나 보다."

 산꾼은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았다. 얼른 바지춤을 내리고 색시를 올라탔다. 겨우 며칠을 굶은 정도가 아니었다. 자그마치 해를 넘길 정도로 여인을 안아보지 못한 터였다.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이 바로 자신의 양물을 들이밀었다. 바로 방아질을 하는데 색시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하품을 했다.  (월·수·금 게재됩니다) 김태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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