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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물가상승에 대한 경고등이 수없이 켜졌지만 결국 구두선에 그친 셈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급기야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 잡기에 나선 배경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민 체감도가 높은 가공식품에 대해 품목별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물가 관리를 전담하겠다고 밝혔다.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등 모두 28개 민감 품목이 대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물가 상시 점검 등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의 상황이 그만큼 심상찮다는 반증이다. 지금껏 식품 관련 기업들의 물가 안정 취지에 어느 정도 동참하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딱히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실제 지난 1~10월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겼다. 우유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 아이스크림도 10% 초·중반대로 대폭 올랐다.

 그렇다고 업계의 희생을 막무가내로 강요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행정력을 과도하게 동원해 관련 업계를 압박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긴 마찬가지다. 크게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우를 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다.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식품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물류비와 인건비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물가상승 여지는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때에 진정으로 물가 안정을 바라는 책임있는 정부라면 통화·재정 정책이 정석대로 운용되는지 부터 살피는 게 순리다. 행정력 동원도 보완적 수단에 그쳐야지 통제적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만이라도 정부의 물가대책이 서어들에게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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