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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긴축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가계대출이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부채도 마찬가지다. 줄기는커녕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불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의 대출은 이달 들어 보름 사이에만 5대 은행에서 다시 2조∼3조원 더 늘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출로 위기를 막기에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돼 우려가 크다. 오는 30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이런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 민간(가계+기업) 부문의 신용(빚) 규모가 4분기에도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 원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000억 원 뛰었다. 11월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분기 현재 기업대출자의 연체율은 0.37%로 지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배경에 주목하는 이유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영끌 대출' '빚투' 등 과도한 대출에 강한 경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계 빚에 대한 한국은행의 높은 경고 수위는 우려를 키우지만 부채 수준의 정부 상황 진단은 옳은 방향으로 여길 만하다. 문제가 엄중한만큼 땜질 처방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기업·가계 모두 허리띠를 단단히 좨야 할 때다. 급증한 부채는 금융 불안을 넘어 소비와 직결되고, 내수는 곧 투자와 연결된다는 점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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