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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초유의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네 번씩이나 장애를 일으킨 정부 행정전산망의 오류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정부 공동 조사팀은 26일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네트워크 연결 장비의 불량 때문에 발생했고, 해킹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초기에 알려진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원 콘센트에 코드를 꽂았는데도 전기가 통하지 않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인해 대규모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고 그사이 유사한 장애가 반복됐는데도 원인 규명만 밝힌 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발표되지 않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드웨어는 매일 점검하는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사고가 터진 것은 그만큼 관리가 부실했다는 증거여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전산 시스템을 총괄 관리해온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나 유지·보수업무를 맡아온 업체에서 라우터 손상을 사전에 감지했더라면, 전산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제라도 선제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장애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게다가 오류 사전 차단과 신속한 디버깅(오류 수정) 기능을 시스템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단순히 '땜질'하는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가 그간 준비했던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의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은 큰 틀에서 바른 방향이라 여겨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줄지 않아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 전산망이 자주 장애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SW 유지보수 등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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