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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2022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 진로·진학 학습 상담(컨설팅)에 참여한 학생의 사교육비는 한 달 평균 9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으로 환산하면 108만원이다. 한 달 단위로 보면 금액이 적어 보이지만, 대부분 학생이 수시·정시모집 지원을 위해 단기 컨설팅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회당 사교육비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3 논술 사교육비 초중고 최대…공교육 제대로 작동 안 된단 방증
이와 함께 지난해 고3의 월평균 논술 사교육비는 33만원으로 초·중·고 전체 학년 중에 가장 많았다.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396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논술 사교육비는 고1 때 월평균 17만 3,000원, 2학년 때 20만 6,000원에 그쳤다가 3학년이 되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준비를 위해 고3이 논술 사교육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3의 진로·진학 컨설팅, 논술 등에 대한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려되는 건 그동안 공교육의 중요성을 틈만 나면 강조했고 정부 차원에서 갖가지 대안을 마련했지만 사교육 열풍이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까지 밝혔다. 하지만 지원 대학 원서를 작성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사교육이 여전하다는 지적이고 보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점이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입시 정보가 학부모나 학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교 진로·진학 상담을 하지만 차별적인 느낌이 들거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엔 한계가 있다고 다들 불만이다. 논술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도생' 외에 뭘 할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와 학생이 컨설팅업체에 거금을 줘가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공교육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불신과 막연한 불안감이 학부모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비용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진학 컨설팅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설업체 찾지 않고 교내에서 대입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춰야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사설업체에서 컨설팅까지 받아 가며 대입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물론 의대나 최상위권 대학의 인기 학과를 지망한다면 경쟁이 치열해 면접 등 일부 사교육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부 관련 전형을 통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 포털이나 각 대학 입시 홈페이지에서 수능 점수를 환산하고 합격선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중 하나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사교육시장에서 컨설팅이 오히려 진학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후죽순 생긴 진학 컨설팅업체 가운데는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업체 이익을 위해 진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곳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정규 수업 외 추가적 학습 욕망을 봉쇄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무교육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를 해야 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경우라고 말하긴 어렵다. 공교육 이수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의 노력만큼이나 각 고교의 진학지도 시스템이 중요하다. 각 대학이 발표한 진학정보를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바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일부 민감한 정보는 각 학교 진학지도 교사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입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고 일선 학교의 진학지도 능력을 높여 학생들이 사설 컨설팅업체를 찾지 않아도 교내에서 충분히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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