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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경 울산시의원
천미경 울산시의원

2024년에 보건복지부 영유아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교육부 주도로 통합해 운영하는 이른바 유보통합이 본격화된다. 유보통합은 영유아들의 발달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8일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1단계로 2024년까지 격차 해소를 위한 과제를 우선 추진해 통합기반을 마련하고, 2단계인 2025년부터 새로운 통합기관으로 전환해 교사, 교육과정, 시설설립 기준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과 보육의 본질적 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 

행정체계와 재정의 통합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의 격차를 해소해야 하고,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의 역할과 처우에 대한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유보통합의 진행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유보통합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스웨덴의 경우는 보건복지부에서 교육과학부로 부처를 이관하면서, 영유아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보육에서 교육으로 이동시켰다.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을 연계해 만 6세 유아들이 다니는 유치반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모두 설치해 부모가 원하는 경우 만 6세 유아도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의 경우 유치원 교사뿐 아니라 보육교사도 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으며, 유아교사, 보조교사, 가정보육모, 레크리에이션 교사 등으로 구분돼 있다. 스웨덴의 사례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과 보육의 구분이 미미하고,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비슷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유보통합이 진행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고,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속으로 이원화돼 있고, 통합을 위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쳤으나 직접적인 통합에는 이르지 못했고, 2006년부터 내각부 소속의 '인정어린이원'을 설립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 제3의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두 기관의 물리적 통합보다는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기능을 통합한 인정어린이원을 확대해 가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인정어린이원의 교사는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 자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교사들로만 구성해, 기관별 교사의 성격도 뚜렷이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부처의 예산으로 분리돼 있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는 어려운 구조에 있고, 인정어린이원의 설립을 위해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양쪽의 시설인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보조금 신청도 복잡해 이중행정의 폐해가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 특히,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 간의 격차도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2023년 말까지 발표 예정이었던 교육부의 유보통합 모델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충분한 숙의 기간을 가지고 하나씩 실마리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단위의 방침이 확고하게 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유보통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부터 하나씩 추진해 가는 방안도 필요하다.

울산광역시의 현황을 살펴보면, 교육청이 주관하는 유치원의 숫자는 2023년 4월 1일 교육통계 기준으로 공립과 사립을 합쳐 총 188개소, 교원은 1,150명, 원아는 1만 3,513명 규모다. 이에 반해 시청이 주관하는 어린이집은 총 612개소에 교직원 수가 6,525명, 입소한 아동 수는 2만 2,469명 규모다. 어린이집 수가 유치원 수의 3배가 넘고, 어린이집 입소 아동은 유치원 원아보다 2배가 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청의 주도로 유보통합은 추진되고 있다. 숫자로만 비교해 봐도 유보통합의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없음을 직감할 수 있다.

국가단위의 통합과정이 확정되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울산광역시 단위에서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교육청이 시청 주관의 어린이집 관련한 업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울산광역시 유보통합 TF'를 시청과 교육청이 함께 참여해 구성하고, 어린이집에 대한 정책적 추진방향과 진행과정 그리고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동으로 관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차분하게 추진돼 교육청과 시청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낼 수 있다면, 유보통합의 과정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보통합의 과정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다.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울산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결해 간다면, 울산에서만큼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장과 교육감이 협력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희망한다. 천미경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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