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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정치권에서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폐지 이야기가 거론됐다. 전철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전철 이용을 할 수 없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하다는 취지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요구는 관철되기 어렵다. 이미 무임승차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혜택을 빼앗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임승차를 폐지한다고 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다. 포퓰리즘이 무서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번 정해 놓으면 철회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대한노인회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임 승차 대상인 노인의 나이를 현행 65세는 너무 젊은 나이이니 70세 정도로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에는 동조하는 편이다. 내년부터는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노인 인구가 전 인구의 20%를 넘어 1,000만명을 예상한다. 그렇다면 전철 타는 사람 4명 중 한 명 정도는 무임승차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순기능도 있다. 노인들에게 무임 승차의 편의를 봐 주는 정책이 우리나라의 '효(孝)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외국에서는 대단히 부러워한다. 어르신을 공경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노인들이 뒷방에만 처 박혀 있지 않고 전철을 타고 사람도 만나고 들로 산으로 다니게 하는 것은 노인 건강 면에서 아주 바람직하다. 노인 건강은 개인 복지 차원에서도 좋지만, 고령자들에게 집중되는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절약해주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이 볼 때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다니는 노인들이 볼썽 사납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부득이 하게 아침 일찍 목적지까지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장인 출퇴근 시간은 피해서 다니는 편이다. 음식점 이용도 노인들은 직장인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다닌다. 전철은 노인이 안 타도 어차피 시간 맞춰 운행된다. 빈 자리에 노인이 탄다고 해서 손해가 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운임을 낸다면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이 없는 노인들이 외출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 박람회에 참관하기 위해 독일에 갔을 때 해당 기간에 한 해 전철 무임승차권을 받은 적이 있다. 어차피 빈 좌석으로 운행되는 전철을 그런 편의를 제공하면서 이용객을 늘이면 이용객들이 관광까지 하며 어디에선가 돈을 쓰고 가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독일에 대한 인상도 좋아졌다. 

 노인들이 전철을 타고 여기저기 다님으로써 경제도 돌아간다. 집을 나섰으니 밥도 사먹어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게 되니 경제에 도움을 준다. 수도권을 빼고는 인구 소멸의 징조가 보이는 지방 현상으로 볼 때 유동인구의 증가는 해당 지역 경제에도 확실히 도움을 준다. 

 한 달에 1만원 혜택을 준다는 것도 노인들의 동태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1만원이면 세 번 정도 요금이다. 한 달에 세 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 경우만 해도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전철을 탄다. 

 전철역사를 보면 빈 공간과 빈 점포가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유동인구가 많고 역세권이라 위치도 좋은데 들어오는 점포가 없는 것을 보면 공사 측이 임대료를 너무 높게 부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워두면 수입이 제로 내지는 관리비가 들어가지만, 임대료는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면 그대로 수익이 되는 것이다. 비어 있는 점포 때문에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많다. 빈 공간도 활용방안으로 찾으면 시민 복지 차원 내지는 수익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전철이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노인 무임승차 제를 폐지한다면 환호할 것 같지만, 어차피 이용할 일도 없으므로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용문산에 갔을 때 현지인들에게는 주차장부터 입장료 등이 무료이고 외지인은 돈을 받았다. 그렇다고 불만은 없었다. 전국적으로 65세 이상이면 경로 카드를 발급해 줘서 전철이 있는 어느 도시에 가든 무료 혜택을 받게 해주면 좋을 것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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