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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가 이어지면서 기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다보스 포럼)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주목되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 1,400여명을 대상으로 세계적 위협 34가지를 제시하고 복수로 선택하게 했더니 66%가 '극한의 날씨'를 꼽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엘리뇨가 5월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한 탓이 크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북반부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점과 맞물린다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보고서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후변화가 긴 시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파급효과를 과소 평가할 경우 기후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기후위기 수준을 넘어 인간 생존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메시지가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보면 대책 마련에 대한 경각심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올해 기후변화를 두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 멈추지 않는 기후위기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질주하는 듯하다'라고 비유한 것이나 한국은행이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성장과 관련한 연구·분석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2년에 한 번꼴로 가뭄이 반복되고 있고 가뭄 일수도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상청이 그저께 발표한 '2023년 연 기상가뭄 발생 특성' 자료에도 지난해 울·부·경 기상가뭄 발생일수가 36.6일로 늘어났다. 이는 전국 평균 기상가뭄 발생일수 31.4일을 한참 웃도는 수치로 지난 1974년 이래로 역대 27위로 나타났다. 역대 2위였던 지난 2022년 227일에 비해 약 84%나 대폭 줄어든 기록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집중호우와 함께 반대 현상인 가뭄까지 잦아지게 한 것이라고 보인다. 가뭄은 집중호우보다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수자원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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