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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 동화작가
장세련 동화작가

'내 안의 안'(이근정/푸른 책들)은 청소년 시집이다. 청소년의 외로움과 아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담은 책이다. 기성세대의 기대에 억눌린 채 '내 안의 안'을 들여다보는 숱한 화자들이 다양한 마음을 써내고 있다. 많은 모호함 속에서도 성장이 멈추지 않는 청소년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숨어 있다. 어른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우정과 사랑,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 사이에서 겪는 진로문제 등 갈등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때론 은유적이기도 하고 때론 직설적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더러 당황스럽기도 한 그들의 질풍노도가 적나라하다. 공감하기엔 과감한 그들의 거친 언어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는 노파심 같은 내 생각 때문이다. 한편 거친 언어로라도 해소하려는 그들의 갈등과 외로움이 아릿하기도 하다.

 청소년은 어른도 아이도 아니다. '내 안의 안'에서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을 찾으려 애쓰는 미완의 어중간한 시기다.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이라니 스스로가 얼마나 모순덩어리처럼 느껴질까, 생각하면 여간 안쓰럽지 않다. 청소년기는 그만큼 여러 면에서 애매한 시기인 것이다. '뷔페에서는 성인 요금을 받는 나이/숙소에서는 침대 하나를 따로 쓰라는 나이/… 지하철을 타고 서울 이쪽에서 저쪽까지/혼자 다닐 수 있지만/조용히 위치 추적을 당하는 나이/…이해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나이. 청소년기의 시작점인 '13세'는 이런 나이다. 

 '사소한 무질서'로 갈피를 못 잡는 나이 같지만 무한한 가능성의 나이이기도 하다. 미래는 그들이 항해해 본 적 없는 넓은 바다며, 탐사해본 적 없는 광활한 사막이다. 아직 넘긴 적 없는 명작의 페이지다. 그런 미래를 살아본 어른들은 바라고 다그친다. 마음껏 유영하며 바다 곳곳에 박혀 있는 보물을 찾아내라고. 심오한 깊이를 반드시 알아보라고. 사막의 더위쯤 참아내고 거기 숨겨진 유전(油田)을 찾아내라고. 성능이 좋은 장비들을 잘 갖춰 줄 테니 기필코 원유를 뽑아내라고. 명작은 처음엔 재미 없지만 넘길수록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너는 할 수 있다며 사소한 무질서에 대한 논리적 서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너의 미래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라는 최면을 걸면서. 

 이런저런 갈등으로 인생에서 혼돈의 시기를 가장 격하게 겪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진로상담'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들의 무심한 대답에 수긍을 하면서 뉘우친 적이 있다. 꿈을 가질 수가 없을 만큼 기성세대의 기대에 몰리고, 누르는 버튼의 기능에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는 자조 섞인 한숨을 들은 까닭이다. 자신만의 꿈을 꿀 틈이 없는 청소년들. 자칫 자신의 꿈을 피력하고 행하려는 마음은 무모한 도전으로 몰려 비난받기도 한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진로상담조차 어른들의 잣대일 뿐인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개성이나 특기를 감안한 자신의 꿈은 억눌린 채 소위 전망이 밝다는 직업과 관련된 과정을 강요받기도 한다. 모두 너의 미래를 위해서야, 라는 말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꿈을 말아 쥔 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모호함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저자는 속속들이 읽어냈다.   

 여럿이 어울리고 싶고, 흩어지기 싫어서 꼭지째 떨어져 뒤집히면 꽃다발 모양이 되는 '꽃사과'가 되고 싶은 나이. 세상 뒤집어보기가 가능한 나이. 어른들이 엉뚱함이라 치부하는 기발함을 가진 나이. 이해받고 싶어 하는 행동들이 당돌하고 되바라졌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청소년기의 특성이다. 이 책은 이런 청소년기의 특질을 직관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그러면서도 청소년들에게 힘든 시간은 한 번이면 되며 빛나는 별처럼 오래 살고 싶은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임을 깨우친다.

 이런 청소년기의 특질이 가장 잘 드러난 듯한 '바람 빠진 풍선'에 오늘의 책갈피를 꽂으면서도 그들에게 희망을 거는 이유다.

 '빵!/누구야?/모두가 바늘을 보는 동안//풍선은 도망쳤다//횡설수설 갈지之자로,/방향도 없이/하지만 누구도 예상 못한 길로/들어찬 고민 따위 맘껏 내던져 버리며'

장세련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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