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환 프로그래머
조환 프로그래머

필자는 AI를 주제로 여러 칼럼을 써 왔다. 주로 AI의 발전과 이로 인한 지식 노동의 변화는 필연적이며, 미래의 AI를 잘 다루기 위한 방안을 고찰하는 위주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AI 가 보편화된 시대는 인류가 아직 가 보지 못한 길이다. 따라서 필자의 글이 자칫 독자분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 생각한다. 또한, AI 응용제품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께는 공염불이 될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AI 제품인 ChatGPT를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는 방법을 공유하려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생성형 AI가 과연 무엇인지를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ChatGPT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챗봇 형태로 구현한 제품이다. 특히 전문가들이나 쓰는 복잡한 명령 대신 자연어만으로도 기계에게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필자는 2019년에 다른 형태의 생성형 AI를 접했었는데 그때는 결과도 실망스러웠을 뿐 아니라 사용에도 복잡한 명령과 코딩이 필요했다. 반면 2021년 말에 OpenAI가 발표한 이 제품은 조금만 사용법을 교육하면 일반인들도 15분 이내에 제품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품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중 특히 일반인들에게 유용해 보이는 활용법은 바로 외국어 공부다. 간단한 작문에서부터, 수 천자 글 요약하기, 특정 주제에 관해 대화하기 등을 이용해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원어민 강사를 무료로 고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특정 주제에 대한 대화를 영어로 나눌 경우, 이 AI의 훈련에 가장 많이 활용된 언어가 영어라서 그런지 때로는 대학생 수준의 답변을 하기도 해 필자를 놀라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활용법은 이렇다. 먼저, AI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지금부터 나는 한국어로 질문을 할 텐데 알맞은 답을 영어로 해라' '다시 한국어로 하라는 말 이전까지는 모든 답변을 영어로만 해라'라는 지시를 준 다음부터 우리의 모든 한국어 질문에 영어로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AI가 응답하는 문장의 뜻만 제대로 해석하더라도 영어 공부가 저절로 될 것이다. 

물론, AI의 답을 100% 이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가령 앞서 소개한 주제인 '아침 인사의 대체 표현' 같은 경우 AI를 학습시킨 영어 자료가 대부분 신문이나 문학 작품 같은 절제된 표현의 자료들이라 내용이 다소 작위적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문어체스러운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말로 치자면 '기체후일향만강' 같은 표현이 나온다고 볼 수 있겠다. 그야말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비)속어 표현까지 익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입문 단계에서는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답변들이 많다.

이 제품을 충분히 써 본다면 '이 정도로 AI가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한다면 이제 외국어 공부는 아예 필요 없겠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감히 예측하자면 2030년 이후부터는 외국어 공부는 단순 취미 또는 일종의 '스펙 쌓기' 정도의 의미만 남을 것이다. 여행이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하던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인터넷 연결이 돼 있어야 한다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2024년 현재 전 세계의 인터넷 보급률은 60%에 이른다. 

또한 독자 여러분들이 AI와 대화하며 필자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국어와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했으면 한다. 가끔 내가 기대하는 답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질문이 모호하거나 질문 자체가 독해하기 어려운 경우라 그렇다. 즉, 우리의 한국어 구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니 당황스럽다. 그러나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대부분은 질문을 다시 수정하다 보면 원하는 답이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이런 일이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목소리, 몸짓, 표정 등에도 대화의 맥락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대방은 우리를 잘 알아듣는다. 따라서 우리의 부족한 표현 능력을 상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ChatGPT는 이를 낱낱이 까발려준다. 독자들이 AI를 체험해 보고 자신의 표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꼭 가졌으면 한다. 조환 프로그래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