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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춘해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
이혜진 춘해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없고, 잎을 떨구지 않는 생명이 없으며, 노쇠하지 않는 것도, 썩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없구나. 생명이 있는 것은 늘 흔들리며, 결국 잎을 떨구게 될 것이고 노쇠하여 썩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생명을 가진 것이라면 당연할 것이고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처음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늙는 것이 반가운 사람이 있을까? 사람이라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음도 늙어갈 것이고, 생각도 늙는다. 빠른 음악에 흥얼거리고 몸을 움직이던 내가 어느새 조용한 음악을 찾거나 트로트의 멜로디가 또는 가사가 심장에 콕 박힐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늙는다는 것을 느끼는 하나의 순간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필자는 노화가 두렵지 않다. 내가 살아온 길의 수고가 노화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내 주름이, 내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도 삶의 흔적으로 소중하다. 이에 반해 노쇠는 너무 두렵다. 노쇠(Frailty)는 신체의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생리적 여력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 아닌 비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 내가 노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건지? 노쇠의 길을 가고 있는 건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사람이 노쇠해지면 작은 스트레스와 신체 변화에 매우 취약해져 쉽게 질병이 생기고 그 질병으로 인해 악화되기도 한다. 거동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흔하며, 사망률과 장애 발생률이 매우 높아진다. 내가 지금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고, 걸음이 느려지고, 쉽게 어지러워지며, 기억력이 저하되고, 체중이 감소한다면 노쇠의 증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듦에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은 단순히 늙어서 그렇다고 치부하기에 흔히 불편감을 느끼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쇠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정상적인 노화 과정인지 노쇠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노쇠는 만성 질환에 의한 증상이나 일반적인 노화 과정과도 비슷하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전문가라 할지라도 노쇠에 의한 것인지, 노화 때문인지, 질병 때문인지 또는 특정 약에 의한 부작용 때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노쇠의 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노쇠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쇠의 흔한 원인에는 생활 습관 불균형, 관리되지 않는 질병 및 약제 복용, 새로운 질병의 발생, 영양 불량, 신체활동 저하 등이 있다.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복합 운동과 단백이 강화된 영양 섭취가 권장된다. 예를 들어 걷기가 도움이 된다고 장시간 걷기만 하는 단일 운동이나, 채소가 건강에 좋다며 채식 중심의 식사는 노쇠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쇠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활동을 유지해야 하며, 그 활동에는 조건이 있다. 누군가가 시켜서 강제성이 있는 활동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이다. 노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시설과 기관에서는 건강한 노년기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며,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누군가가 짜준 일정표와 일방적으로 정보를 듣는 방법의 활동들은 비자발적이고 비독립적이다.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찾아서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노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생을 나란 존재보다, 자식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는 더욱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 근육량을 체크하고 건강한 식단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한 집중이다. 평생을 타인의 앞날을 빌며,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노인이 된 이제 더욱이 나를 사랑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전, 노인들이 먼저 나를 사랑할 준비를 할 수 있는 마인드 셋 시간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기를 희망한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확인해 보는 시간 같은 것 말이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꽃 등...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다. 이혜진 춘해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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