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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윤극영 선생의 노래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이 동요는 그 후 오랫동안 설날을 대표하는 노래로 남았다. 이 노래가 나온 때는 일제 강점기여서 선생은 아이들이 설날만큼이라도 즐겁게, 그리고 밝게 하려고 했지 않았을까 한다. 

 설날에 대한 의미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설날은 어제까지의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는, 즉 새날의 의미가 가장 크다. 설날 아침은 설빔으로 준비한 정갈한 옷을 차려입고 어른들께 차례로 세배를 드리는 순서가 기본이다. 세배가 끝나면 가정에서는 조상께 차례를 지내기 위해 상차림을 했다. 그것이 뼈대 있는 가문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삶의 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덩달아 설날의 여러 세시풍속도 사라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는 큰절을 하는 시대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설날 어른께 큰절을 올리는 의미를 살펴보고 또 세뱃돈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큰절을 할 기회가 거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정리하면 1배는 부모님이나 존경하는 분께 하는 예이고 2배는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의미이다. 그리고 3배는 성인들께 경배의 의미로 올리는 경우이다. 

 먼저 설날 세배의 의미를 새긴다. 세배는 어른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데 대해서는 가족이 단출해지면서 음식을 해놓아도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대신 설날 점심은 외식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고급 음식점들은 도리어 붐비고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도 새로운 설날 풍경이다. 

 설날은 세배와 함께 세뱃돈을 받는 날이다. 이 풍속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엊그제였다. 세계적 선화의 대가인 영축산 문수원 수안 큰스님은 엊그제부터 한지로 만든 봉투에 세뱃돈을 넣고 계셨다. 종이상자에 가득 담긴 봉투의 부피를 보면 무려 천장은 넘을 듯하다. 저 많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님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시다. 봉투에는 한 달여 전부터 부처님 상호가 새겨진 낙관을 정성 들여서 찍었다. 세뱃돈 봉투를 받아 든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스님도 정성을 다해 봉투를 만들었다. 정성을 들인 만큼 새해 복을 받는 봉투가 됐다. 문수원에서 수안 큰스님께 세배하고 받은 봉투를 사람들은 오랫동안 간직한다. 

 스님은 봉투에 천 원권 3장, 만 원권 1장을 넣는다고 하셨다. 즉 이를 앞에서부터 수치로 읽으면 3천만 원이 되는 셈이다. 대단한 유머가 담겨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가 큰스님께 세배를 드렸다. 그랬더니 큰스님은 어김없이 미소를 띠며 “3천만 원이다"라면서 세뱃돈 봉투를 주었다. 어린이는 좋아라고 하며 그 자리에서 봉투 속의 돈을 확인했다. 실제로는 1만 3천 원이 들어있었다. 어린이는 스님이 거짓말하신다며 대들었다는 것이다. 법당이 웃음바다가 된 것은 당연했다. 문수원처럼 아직도 사찰에서는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시중에서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을 사찰에서나마 이어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수안 큰스님은 준비한 세뱃돈 봉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세배하러 오는 신도들에게 나눠준다. 때로는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가서도 받을 수 있다. 넉넉하게 준비하시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세뱃돈 봉투를 주었는지 궁금해서 여쭈었더니 하도 오래돼서 잘 모르시겠다고 했다. 스님은 그냥 설날이 되면 일상처럼 세뱃돈 봉투를 준비하신다. 설날의 아름다운 의미를 잘 새기게 하려는데 그 뜻이 있다고 하셨다. 나이 든 할머니 보살님도, 거사님도 스님께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 봉투를 받으면 매우 좋아라고 하신다. 

 설날 가정에서도 가족들끼리 세뱃돈 봉투를 만들어서 선물과 함께 정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냥 “가족끼린데"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더 서로를 챙겨주면서 정을 돈독히 했으면 한다. 어른들은 설날 세배하는 자녀들에게 기억에 오래 남을 덕담도 세뱃돈과 함께 챙겨주고, 자녀들은 부모님과 웃어른께 건강하시라며 성의껏 마련한 용돈 봉투를 내미는 것도 아름다운 풍속이다. 불편하다면서 모두를 생략한 간편한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번거로울 것 같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 튼튼해질 것이다.  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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