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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으면서 용과 관련된 지역 명소가 주목받고 있다.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의 존재인 용은 예부터 왕, 권력, 웅비와 비상 등을 상징하며 지상 최대의 권위를 가진 동물로 여겨졌다. 설을 맞이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용과 관련된 명소를 찾아 역사와 유래를 한번 짚어보고 청룡의 기운을 받아 힘차고 무탈한 2024년을 소망해 보자. 편집자

울산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황룡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용금소(황룡연) △선바위가 있는 곳의 백룡담 △북구의 무룡산 △신라 헌강왕 때 개운포에서 동해 용의 아들로 등장한 처용 △동구 대왕암의 용 전설 등이 있다. 

 

황룡의 전설이 깃든 태화강의 용금소(황룡연)와 태화루.  김동균기자 justgo999@
황룡의 전설이 깃든 태화강의 용금소(황룡연)와 태화루. 김동균기자 justgo999@

태화루 절벽 아래 깊은 물 용금소

태화루 절벽 아래 깊은 물 '용금소'라고 부른다. 옛 문헌에는 황룡연(黃龍淵)으로 나온다. 

 울산의 중심 황룡연에는 전설이 있다. 물 깊이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 백양사와 통하는 굴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 이곳에는 울산 고을의 공식 기우제단이 있었으니 가뭄이 들면 울산도호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울산에서 살던 민초들도 '용왕 먹이러 간다'면서 이곳을 찾았다. 

 이처럼 중요한 황룡연 일대는 현재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 지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어 태화강을 산책하며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울주군 범서읍 태화강 상류에 백룡이 살았다는 선바위 일대와 맞은편 벼랑 끝에 지어진 정자 용암정.  김동균기자 justgo999@
울주군 범서읍 태화강 상류에 백룡이 살았다는 선바위 일대와 맞은편 벼랑 끝에 지어진 정자 용암정. 김동균기자 justgo999@

백룡이 살았다는 백룡담

태화루에서 서쪽으로 한참 나가면 범서읍 '입암(선바위)'이 있다. 이곳은 옛 문헌에 '백룡담(白龍潭)'이라고 했다. 이곳은 범서읍 입암마을에 위치한 바위로 백룡이 살았다는 백룡담의 푸른 물속에 있는 기암괴석이다. 

 김만중의 구운몽에는 '양소유'의 군사들은 이곳의 물을 마신 후 모두 병에 걸렸다. 

 양소유는 백룡담에서 용왕의 딸인 '백릉파'를 도와주고 그녀와 또 인연을 맺었다고 나와있다. 

 선바위를 마주 보는 벼랑 위에는 학성 이 씨의 정자인 용암정과 선암사가 있다. 

 백룡담을 내다보는 언덕에 세워진 용암정은 주변 환경이 아름다우면서도 조용해 예로부터 남한에서 경치가 으뜸간다는 얘기가 전해질만큼 운치가 있는 곳이다.

 

선녀와 어울려 춤추던 용들이 살았다는 북구 무룡산의 설경. 울산 북구 제공
선녀와 어울려 춤추던 용들이 살았다는 북구 무룡산의 설경. 울산 북구 제공

정상에서 용들이 춤추고 놀았다는 무룡산

울산의 진산(鎭山)인 무룡산은 '무룡산의 선녀와 용'이란 설화가 전해지는 만큼 지역에서 용과 가장 큰 관련 지명이자 큰 기운을 내뿜는 명소다. 

 아주 옛날 무룡산은 정상에 있는 연못에 살던 용들이 비를 뿌리며 춤을 추고 놀았다고 해 '무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는 '무룡산(舞龍山)' 무리(無里)는 물을 의미하며 무리룡산은 '물룡산'으로 주룡산(主龍山)에 물을 빌던 산이라는 뜻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무룡산은 등산인들로부터 많은 각광을 받는 명산으로, 조용히 힐링을 즐기고 싶은 나들이객들에게 추천한다.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터 앞에 있는 섬 처용암의 모습.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외황강을 거슬러 망해사가 있었다는 영축산과 문수산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터 앞에 있는 섬 처용암의 모습.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외황강을 거슬러 망해사가 있었다는 영축산과 문수산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용의 아들이 올라왔다는 처용암

남구의 작은 바위섬 처용암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그 유명한 처용설화의 발상지다.

 처용암은 동해용과 용의 아들 처용이 처음 바다에서 올라온 곳이다. 

 삼국유사 기이 편 '처용랑망해사조(處容郞望海寺條)'에는 처용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신라 49대 헌강왕이 개운포에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왕이 괴상하게 여겨 측근에게 물으니 “동해 용의 장난이니 좋은 일을 해 풀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왕은 용을 위해 세죽나루 근처에 절을 세우라 했더니 홀연히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흩어졌다. 

 동해 용이 기뻐해 곧 일곱 아들을 데리고 왕의 앞에 나타나 춤과 노래를 연주했다. 그의 아들 하나가 왕을 따라와 국정을 보좌했는데 이름을 처용이라 했다. 

 울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처용문화제의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며 처용암은 지난 1997년에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 

 

송림이 길게 늘어진 동구 일산동 울기공원 끝자락 바닷가에 있는 대왕암에 승천하다 떨어진 용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송림이 길게 늘어진 동구 일산동 울기공원 끝자락 바닷가에 있는 대왕암에 승천하다 떨어진 용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 해 묻힌 대왕암

울산 동구에 위치한 대왕암(용추암)에는 문무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 해 바위섬 알에 묻혔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또 대왕암 바위언덕 아래에 위치한 '용굴'은 옛날에 청룡 한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오가는 뱃길을 어지럽히자 동해 용왕이 신통력을 부려 큰 돌로 막아버렸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대왕암공원과 둘레길이 수려하게 조성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해변 주변으로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또 스릴 넘치는 출렁다리가 조성되면서 전국구에서 이곳을 찾고 있다.  김수빈기자 us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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