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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일본의 카레자와 카오루라는 사람이 쓴 책 제목이다. '또라이'는 사전적으로는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혼자 엉뚱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라이'는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요즘 장수시대에서 얘기하는 '유해인간'이다. 서부영화나 액션 영화에 나오는 험악한 인상의 악인은 아니지만, 은근히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마음 상하게 하는 인간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을 피하라고 한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 이런 사람이 있으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연못을 흐려 놓는다'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댄다. 

 그러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사회 용어가 있다. 어느 집단이든지 간에 또라이가 꼭 있어서 생겨난 말인데, 만약 없다면 자기 자신을 돌아 보라는 우스개도 있다. 자기 자신이 남들이 생각할 때 또라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정리한 또라이의 유형을 보면 재미있다. 어디에서나 눈살 찌푸리게 한 인간들이 망라되어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위선형, 허세형, 관종형, 등 다양하다. 겉보기로는 모른다. 겪어 봐야 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은 안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내면적으로 자신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자인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인정하면서라도 편하게 사는 방법이 제일이다. 

 저자가 말한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의 비법은 남을 미워하지 말 것, 못 본 척 할 것, 용서를 많이 할 것, 안 보고 안 듣고 피해 살 것 등, 결국 피해 살거나 피하지 못한다면 참으며 살라는 것이다. 

 한번은 낮 시간에 영화관에 갔는데 카운터 앞에 다른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젊은 담당 여직원 혼자 있었는데 내가 가진 문화 상품권 사용 여부를 묻는 간단한 질문을 할 참이었다.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더니 말도 없이 턱을 내 뒤편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번호표를 뽑아 오라는 뜻이었다. 문화 상품권을 보여주며 사용 가능하냐고 물으니 이번에는 더 신경질적으로 또 턱으로 내 뒤편을 가리켰다. 무시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젊은 여자가 너무 불손하다며 화가 치밀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다시 가서 당장 윗사람을 불러오라고 호통치고 싶었지만, 그냥 나왔다.

 지인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혈압 오르면 나만 손해라며 잘 했다고 했다. 그 여직원은 '또라이'니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된통 당하는 날이 오거나 상사에게 찍혀 못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참을 忍(인)'자 세 번을 되뇌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돌이켜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개 못 된 짓을 한 사람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결국 그 죄과를 받았다. 누군가가 징벌하거나 스스로 제 성격을 못 이겨 사고를 쳤다. 세상은 사람을 보는 잣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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