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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7월 진수식을 가진 신형 이지스함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7월 진수식을 가진 신형 이지스함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제공

27일은 수상함 명가 HD현대중공업 방산 부문의 운영이 갈리는 날이다.

 방위사업청이 이날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여부를 심의한다.

 방사청 계약심의위의 이날 안건 심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의 향방이 달렸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입찰참가 제한 제재를 받은 경우 사실상 이 사업 참여가 어려워져 방산 무분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방사청 계약심의위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제재 부결을 결정하면 KDDX 사업 입찰에 참여해 방산 부문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KDDX 건조 사업의 기본설계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납품을 완료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함정 도입 사업은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건조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사청의 이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참가 제한 안건 심의는 지난해 11월 법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직원 9명의 유죄가 확정된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현행 방위사업법에선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군사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경우 5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이미 같은 사안으로 방사청 입찰에서 1.8점 보안 감점 페널티를 4년 동안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입찰참가 제한 심의는 과도한 이중 제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 개최는 회사 대표나 등기임원이 개입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 일반 직원들의 관여만으로 열리는 것은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청 계약심의위의 이날 HD현대중공업에 제재 심의에 대해 울산지역 상공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입찰참가 제한 결정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방사청에 보낸 건의서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이 함정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잇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울산상의는 건의서에서 “만약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든 조선산업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나아가 연간 1조원대 매출이 발생하는 특수선 사업 부문을 축소시켜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울산상의는 또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오는 2025년 11월까지 보안 감점(-1.8점)을 적용받고 있으며, 최근 호위함 건조사업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점수가 경쟁사에 비해 크게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주에 실패했다"며 “방사청의 함정산업 제안서 평가는 대부분 1점 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되기에 HD현대중공업은 향후 2년 가까이 함정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역정치권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살아야 안보가 굳건해진다며 방사청에 공정한 입찰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명호 국회의원과 이채익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심의에 대해 “방사청이 울산 지역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안보와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 방산시장 4강'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매출은 1조원, 고용인원은 1,700명에 달하며, 2030년까지 매출 2조원, 고용 인원 2,500명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방위사업청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계획이라면 자칫 울산에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비극적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사청 계약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으며,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을 경우 기본설계를 수주한 성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피할 경우 기본설계를 딴 장점을 앞세워 KDDX 입찰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도 있다. 통상 기본설계를 따낸 업체가 마지막 단계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수주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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