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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27일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인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br>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27일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인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수상함의 명가 HD현대중공업의 8조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수주에 '파란불'이 켜졌다.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가 지난 27일 KDDX 사업의 향방이 걸린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여부를 심의한 끝에 제재 대신 '행정지도'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방사청 계약심의위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사업과 관련한 군사비밀을 빼내 법원으로부터 비록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안이 국가계약법 제재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사청 계약심의위는 우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와 4호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또 제척기간을 경과했기 때문에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해당 건에 대해서는 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봤다.

 방사청 계약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따라 자칫 KDDX 사업은 물론 다른 수상함 및 잠수함 건조 사업에서도 사실상 수주의 길이 막힐 수도  있었지만, 입찰참가 제한이 아닌 행정지도로 결론이 나면서 방산부문의 악재가 말끔하게 지워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게 지역 정치권과 상공계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사청의 이번 호의적인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회사 측의 자구 노력에 더해 울산의 상공계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제재의 부당성과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며 건의서 등을 제출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점은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의 입찰자격 제재에서 벗어나면서 KDDX 사업 수주 전망도 훨씬 밝아졌다는 점이다.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해 실전 배치하는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들 사업 단계 중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했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 수주해 올 1월 성공적으로 완료해 납품까지 마쳤다.

 통상적으로 수상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마지막 단계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수주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DDX 사업의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비해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지역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방사청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린 이날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는 한 해 국방비만 1,000조원을 쓰는 미국의 해군성 장관이 방문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방한 중인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미국 해군성 장관이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인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역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날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의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방문에 맞춰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의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은 세계 1위 위용을 자랑하는 HD현대중공업 조선 야드를 둘러본 후 함정을 건조하는 특수선 야드를 방문했다. 특수선 야드에서 올해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나라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신형 호위함 '충남함' 등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주요 함정을 살펴봤다.

 미국은 현재 본토에서 해군 함정을 유지·보수·정비(MRO)하는 물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비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를 위한 자격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신청했고, 올 초 야드 실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며 국내 함정 건조 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

 또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필리핀에서 초계함 2척과 호위함 6척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총 14척의 해외 함정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은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척을 모두 건조하고 있는 등 총 100여 척의 최첨단 함정을 건조하며 대한민국 영해 수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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