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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정부는 연초 잠시 주춤했던 먹거리 물가가 최근 다시 치솟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 물가잡기 핵심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시 투입하고, 수입과일 관세인하 품목과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또 유통·식품기업을 잇따라 만나 '가격안정'을 요청하면서 식품업계 부담 경감을 위해 옥수수, 대두, 설탕 등 주요 원료 관세인하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오는 4월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물가 고삐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초조함과 다급함이 엿보인다. 그런만큼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이러한 다각적인 정책적 방안이 물가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 권고로 라면, 빵, 과자 등 일부 제품가격의 인하를 단행한 바 있지만 크게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는 또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했으나 최근 '금사과', '금배' '금배추' '금파' 등 '금' 자가 안 붙는 과일과 채소가 없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격 안정 지원 대책 실시간 모니터링 등 철저한 점검 요구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거의 모든 농산물과 농산물가공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특히 지난주 기준으로 사과값은 1년 전 4만1,060원보다 123.3%(후지사과 10kg 기준) 급등한 9만170원이었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 가운데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를 0.80%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 3%를 웃돌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지난 1월(2.8%) 2%대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한 달 만에 3%대로 복귀했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2011년 1월(2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는 민생 경제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적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게다가 해외 원자재에 의존하는 빵과 식용유 등 가공식품의 폭등이 민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산품의 생산과 소비, 유통 과정 전반에서 물가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감시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장기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나와야 한다. 기후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의 재배 혁신과 작물 전환 등이 그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급변은 농작물의 안정적 공급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이 때문에 농가들의 한숨과 시름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태임을 명심하고 기후 영향을 덜 받는 과일·채소의 시설재배, 작목 변경 등 농업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금사과 파동'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현되지 않는다.

착한가격 문화 정착 맞춤형 인센티브 제도 등 지원 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쌀이 남아돌지만 곡물자급률은 20%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는 밀·옥수수 같은 곡물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해외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과점 가격담합과 유통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또 국제곡물가가 오를 때는 제품값에 신속히 반영하는 반면, 내릴 때는 경쟁업체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내리는 행태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담합, 불공정 비용 전가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동시에 공정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지자체 재량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신규 착한가격업소를 적극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역 내 착한가격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맞춤형 인센티브 제도 등 직접 지원책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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