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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어울길 5구간의 숲길이 오토바이 바퀴자국 등으로 패여있는 모습이다. 독자 제공
울산어울길 5구간의 숲길이 오토바이 바퀴자국 등으로 패여있는 모습이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 김희철(47·가명)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데리고 울산 북구 천마산 편백산림욕장 인근의 달천동 상아산 어울길을 찾았다. 평소 트래킹을 즐기는 김씨는 울산시가 조성한 숲길인 '울산어울길'을 종종 방문한다. 김 씨는 자녀들과 함께 도보 트레킹을 즐기고 싶어 집근처에 있는 울산어울길 4,5구간인 상아산을 택했다. 하지만 트레킹에 나선지 15분쯤 지나자, 저 멀리 반대편에서 굉음을 내며 속도를 내는 산악오토바이들과 마주쳤다. 도보 코스로 알려진 이곳 어울길에 산악오토바이가 보이기 시작한 지는 지난해 말.

 속도를 내던 산악오토바이들은 빠르게 김 씨 가족들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김 씨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항의하자, 되돌아온 답변은 "우리도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과태료가 없어서 타도된다"였다. 모처럼 자녀들과 함께 산으로 트레킹에 나선 김씨였지만, 또 산악오토바이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화가난 채로 집으로 돌아섰다.

"우리도 여가생활 즐겨야" 바이크족 되레 큰소리
울산시의 대표적인 숲길인 '울산어울길'에 최근 산악오토바이들이 나타나 트레킹을 즐기는 시민들의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구에서는 산악오토바이와 등산객 간 상해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산악오토바이로 인한 사고피해를 호소하며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등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산악오토바이 대부분이 정식으로 차량 등록이 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날 경우 보호받을 법적근거도 없어 안전사각지대에 있다.

 25일 울산시와 북구에 따르면 '울산어울길'은 1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동구 월봉사에서 북구 무룡산 정상, 중구 입화산, 울주군 범서옛길을 거쳐 남구 솔마루길, 선암호수공원에 이르는 7개 구간의 75㎞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홍보와 달리 관리체계는 허술한 모습이다. 올해만 어울길 북구 4,5구간에서는 2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건 모두 산악오토바이로 인한 접촉사고다.

 지난 16일에는 북구지역 어울길 구간(5구간)에서 산악오토바이가 사람을 치고 도주했다는 상해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또 앞서 지난 1월에는 산악사륜오토바이와 어울길을 따라가던 사람이 부딪혀 피해보상을 호소하며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울산어울길 북구지역 구간(5구간)에서 산악오토바이가 사람을 치고 도주했다는 내용의 상해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한 커뮤니티에 게시된 관련 오토바이.
지난 16일 울산 어울길 북구지역 구간(5구간)에서 산악오토바이가 사람을 치고 도주했다는 내용의 상해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한 커뮤니티에 게시된 관련 오토바이.

통행 자제 현수막 내걸려도 나몰라라
울산 북구는 최근 잇따른 울산어울길 관련 산악사륜오토바이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악사륜오토바이 대부분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무등록으로 관리돼, 벌금을 매기거나 계도조치 등 법적으로 제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어울길 곳곳에 한 대당 수천만원씩하는 CCTV를 설치하거나 어울길 75㎞구간에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련 조례도 없어 처벌도 쉽지 않다. 산악오토바이의 입산을 금지하려고 해도 산 소유주의 개별동의를 전부 받아야해,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북구의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산악오토바이 통행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3군데 설치했고 추가로 울산어울길 구간 5곳에 설치할 예정이다"며 "오토바이가 지나간 자리는 어울길 훼손돼 안전문제와 별개로 그것대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산악오토바이를 찾아 처벌하는 것이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북구 등 지자체 사고 예방 관련 조례제정 고심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다수 산악오토바이는 정식으로 차량 등록이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의 관리사각지대에 있다. 또 보험 가입에도 제약이 따라, 사고가 나도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16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요 관광지 소재 산악용오토바이 대여 업체 15곳을 조사한 결과, 도로 주행이 가능한 10곳 중 '도로용 ATV'로 신고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곳은 도로 주행이 불가능한 미신고 차량이었다.

 울산어울길처럼 제주도의 경우, 연간 84만여명이 찾는 국가숲길인 한라산둘레길에도 산림 레포츠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둘레길 탐방객과의 빈번한 안전사고 및 길이 파헤져지는 환경 훼손의 이유로 산악오토바이, 산악자전거 등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울산북구의회도 숲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산악오토바이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실질적인 처벌 등이 가능한 관련 조례 제정을 고심하고 있다.

 이선경 울산북구의회 부의장은 "울산어울길 일대의 주민들이나 북구지역 주민들은 최근 어울길에서 산악오토바이를 마주쳐 놀라고, 관련 피해 민사소송 등이 제기됐다는 동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의회도 주민들의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울산어울길을 안전하게 다니고 보호받을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조례 제정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승원기자 ggundl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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