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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에서 너구리 한쌍이 햇살을 받으며 대나무 사이에서 쉬고 있다.

 

   밤·낮없이 몰려드는 구경꾼
   개 풀고 마구잡이 먹이 투척
   십리대숲 너구리 가족 이사

 

 "사람들 등쌀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지난달 울산 태화강 대공원 십리대숲 산책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시민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너구리 가족이 기어코 이사(?)를 갔다.


 너구리 가족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등쌀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먹이를 던져주지 말라는 안내판도, 애완견을 근처에 풀어놓지 말라는 경고문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너구리 가족의 출몰을 신기한 현상으로만 받아 들인 시민들은 인스턴트 과자를 무책임하게 던졌고, 장난삼아 애완견 목줄을 풀어 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너구리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사람들 곁을 최대한 멀리 떠나는 것.
 삼호대숲 방면 강 상류 쪽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너구리 가족은 현재 명정천 인근에서 간간히 모습을 드러낼 뿐, 종적을 감췄다.


 태화강기마환경연합 이상협 단장은 "지난 주말부터 보금자리를 떠난 너구리들이 명정천 인근 섬으로 자취를 감췄다"며 "순찰활동을 하다보면 너구리 가족을 괴롭히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어 안타까웠는데 시민들 발길이 뜸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은 "사람과 친해지지 않는 너구리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십리대숲에서 출몰한 현상을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혁신도시 개발, 태화강 개발 등으로 생육환경을 잃어버린 동물이 이제는 사람들에 쫓겨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지혁기자 us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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