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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은 누가 뭐래도 울산의 젖줄이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울산인들의 삶이 오롯하게 새겨져 있는 곳이다. 태화강 상류 계곡에 있는 선사인들이 새긴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등 은 울산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코드'가 되어 있다. 하류의 도심과 공단은 지난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태화강은 한때 공업화에 뒷전에 밀려 '오염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지금 각계에서 미래의 태화강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태화강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여전히 울산인의 삶을 규정할 것이다. 울산신문은 광역시 승격 10년을 맞는 정해년 한해 동안 연간기획으로 태화강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울산을 되짚어 보고 바람직한 울산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태화강의 발원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다수 울산시민들은 가지산의 정상(1,240m) 바로 밑에 위치한 쌀바위라고 믿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태화강은 크게 4개의 지류들로 시작된다. 그 하나가 월성군 외동읍에서 남류하는 동천이고,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 취서산에서 동류하는 보은천,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에서 발원하는 덕현천, 그리고 울주군 두서면 내외리 탑골부락에서 발원하는 미호천(대곡천)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긴 줄기는 대곡천(미호천)으로서 백운산 계곡(백운골)의 탑골샘이 시작이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은 가지산 북동쪽에 위치한 백운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태화강 본류로 보고 지도의 선을 굵게 표시해 놓았다고 한다.  현재 태화강 발원지를 규정하는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울산발전연구원 도시환경연구팀의 측정 결과도 지천의 길이로는 이곳이 가장 길다. 태화강 발원지를 찾아 우선 울산 도심과 범서, 반천, 언양, 상북 등 주거지역을 관통하는 가지산 쌀바위를 찾았다.  쌀바위 발원지는 비록 수계는 백운산 탑골샘 보다는 짧지만 아직까지 많은 시민들이 태화강 발원지로 여기고 있다. 쌀바위로 가는 길은 만만하지 않다. 물길 따라 쌀바위로 갈려면 석남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해 3시간은 족히 필요하다. 석남사 초입의 다리 근처에서 양방향으로 모두 등산로가 나있지만 계곡 쪽은 산세가 험준하고, 여승들의 수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폐쇄해 놓았다. 석남사를 통해 가는 길 말고는 운문령과 석남터널에서 쌀바위 쪽으로 가는 길도 있다. 경북 청도와 경계인 운문고개에서 임도를 이용해 귀바위를 거쳐 쌀바위로 갈 수 있다. 또 석남터널에서 조그마한 주차장 뒷길을 이용 10여분 오른 후 계속 능선을 따라 가도 되지만 정상을 거쳐 쌀바위로 내려가야 한다. 쌀바위 가는 출발점을 운문재로 잡았다.  운문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임도로 접어드는 길. 겨울 마룻길이어서 인지 체감 온도가 만만치 않다. 오르는 길 오른 쪽은 운문사 계곡길이다. 한 여름 울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경북 청도의 운문댐과 운문사를 가려고 해도 이곳을 통해야 한다.  7부 능선쯤 되는 운문령 왼쪽으로는 멀리 언양 시가지가 설핏 보인다. 눈앞에는 역시 1,000미터 고봉인 고헌산이 버티고 있다. 간월산과 신불산도 저만치 눈에 들어온다.  언양현지(彦陽縣誌)는 가지산을 석남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석남산은 현에서 서쪽으로 27리 지점에 있다고 했다. 가지산의 또다른 이름은 구름재이다. 지금도 울주군 상북면 사람들은 구름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자주 구름에 뒤덮이는데서 유래한다. 가파른 등산로와 임도를 따라 족히 1시간여 걸으면 귀바위를 만난다. 귀바위에서 30분을 쉬지 않고 걸으면 쌀바위에 닿는다.  쌀바위 정상에 서면 영남 알프스의 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른 쪽으로는 가지산 정상에서 완만하게 내린 능선들이 마치 전통한옥의 기와의 선 처럼 수려하다. 그 끝에 석남사가 자리를 틀었다. 왼편으로는 고헌산의 능선들이 언양시가지와 상북지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렇게 벌린 능선들 속으로 언양과 울산시가지가 빨려들 듯 하다. 가지산의 품은 울산을 다 안을 수 있을 만큼 넓다. 쌀바위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스님이 수행 중에 공양하는 쌀을 아래 마을에 까지 내려가 탁발하여야 하는 시간이 아까워 계속 정진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부처님의 공덕으로 한끼 분량의 쌀이 바위 돌 틈에서 나와 탁발 시간을 덜게 되어 수행에 임했다. 그런데 어느 해 흉년이 들어 식량난이 심각한 터에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스님의 탁발이 없자 이상히 여겨 스님을 찾아 올라와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듣게 되자 너도 나도 그 바위 구멍에서 쌀을 퍼 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면서 더 이상 쌀은 나오지 않았고 바위 틈에서 물만 나왔다고 한다.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를 쌀바위라고 불렀다 전한다. 태화강 발원지는 바로 전설에서 쌀이 나왔다는 그 지점이다.  한 겨울인데도 쌀바위 바위틈으로 물이 흘러나와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 주었다. 양이 너무 작아 빨간색 고무 수조를 넘은 물은 곧장 땅 속으로 쓰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물이었지만 샘 밑으로 확연히 물길이 남아있었다.  비가 내려 물이 많은 여름 철에는 샘에서 시작된 물이 10여미터를 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여름 울발연 용역팀이 수량을 측정한 결과 하루 1.4톤 가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물을 쉽게 흡수하는 돌무더기 지질 때문에 다시 땅속으로 쓰며들고 만다. 이 물은 20여 미터 아래 바위에서 다시 솟아 나 흐른다. 쌀바위에서 시작된 물길은 주변 골짜기에서 흐른 물과 함께 어우러져 곧장 석남사로 향한다.  가지산 동쪽 산기슭의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884년)에 도의국사가 창건한 가람으로 지금은 여승들만 수도하고 있으며, 도의국사의 부도(보물 369호)와 3층 대석탑 등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 석남사 입구는 계곡은 언제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풍부한 물과 너른 바위가 즐비한 이 계곡은 여름철 울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로 사랑 받고 있다.  한겨울 다시 찾은 석남사 계곡의 물은 아직도 쉼 없이 태화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강정원기자  다음 글은 띁 백운산 발원지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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