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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시의 최고 번화가인 도톤보리. 이곳으로 진입하는 주요도로와 지하철입구 교차로 등에 수많은 자전거가 주차돼 있어 저전거 천국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가 시민들의 생활패턴을 점차 바꾸고 있다. 특히 고유가 시대에 발맞춰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주로 레저용으로 활용되던 자전거가 출·퇴근을 비롯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이동거리를 고려치 않은 교통수단 분담 비율)은 3%. 일본의 8분의1, 네덜란드의 14분의1 수준이다. 울산도 현재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대략 3%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3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 정책이 자전거도로 개설, 교육, 홍보 등에 머물면서 시민들의 생활에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자전거 문화의 선진지라 할 수 있는 일본 오사카 등의 자전거 문화 취재를 통해 울산의 자전거 정책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자전거의 천국 오사카
 인구 600만명을 자랑하는 오사카는 그야말로 자전거가 지천이다. 출퇴근 시민들은 물론 등학굣길의 학생들, 동네 시장을 보러오가는 주부들까지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오사카의 최대 번화가 도톤보리(道頓堀).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지만 이 곳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지하철 입구를 비롯 골목길 여기 저기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은 일본의 자전거 문화의 현주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오사카의 한 할인점에도 어김없이 대규모의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돼 있었다. 매점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자동차 주차장 만큼의 넓은 자전거 보관소에는 수 백 대의 자전거가 보관돼 있었다. 정장 신사, 짧은 치마 아가씨, 학생, 노인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처럼 오사카 시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게 된데는 일본인들의 근검절약 정신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살인적으로 비싼 대중교통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하철 두정거장이 우리돈으로 1,600원이고 택시비 기본요금이 오천원정도이니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오사카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편도 6차선정도의 길까지는 어김없이 횡단보도가 있고,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 횡단부분 또한 따로 표시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국철에 해당하는 일본의 제이알역에는 어김없이 자전거 환승주차장이 구비돼 있으며, 동네 마다 일시보관이나 월정 보관의 개념으로 주차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 있다.


# 사람길 자전거길 따로있나 
 도심을 벗어나도 곳곳에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하루주차비는 1,600원 내외, 한달은 2만5,000원가량이다. 물론 급지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무단주차를 해 놓을 경우 어김없이 '무단으로 세우지말자'는 소위 '딱지'를 붙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사카를 비롯 대부분의 일본 자전거는 인도 주행의 개념이다. 언뜻 보기에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사고가 나지 않을 정도의 적정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번화가에서도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활보해도 누구하나 눈총을 주는 사람이 없다.
 일본 가정에는 보통 한 가구에 두 대 꼴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맨션에는 차량용주차장은 없어도 자전거용 주차장은 대부분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 도시 오사카도 최근 늘어나는 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경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오사카부에서 발생한 자전거에 의한 인사사고는 678건이나 됐다. 이 중 사람을 친 사고가 218건, 자전거끼리 충돌한 사고가 460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5월 오사카시의 히가시요도가와쿠에서는 자전거 끼리의 충돌로 인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경찰의 자전거 교통위반건 수 도 전년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이때문에 올해 30년만에 새 교통규칙을 도입하는 등 자전거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새 규칙은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하고 있다. 자전거를 차도로 다니게 하고 대신 13세 미만과 70세 이상의 노인만 보행도로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 오사카시의 자전거 등록제
 오사카에서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방범 등록'을 해야한다. 이는 자전거를 구입하고 자전거의 기본적인 특징과 자전거 주인에 대한 정보 등록을 하는 제도이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차량등록을 하는 것과 같다.
 자전거 구입처에서 500엔(5,000원)을 지불하고 등록대행을 하던지 영수증 등 구입증명서를 가지고 가까운 코방(파출소)에 가서 등록을 하면 된다.
 방범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하지 않지만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자전거 중 등록하지 않은 자전거는 거의 없다.
 '도로교통법'과 '자전거의 안전이용 촉진및 주차이용의 종합적 추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도는 원래 도난 방지를 목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자전거 운전자를 제재하는 법률도 만만치가 않다. '야간 라이트 미점등'(5만엔 이하의 벌금), '일시정지 무시'(일시정지 표시가 있거나 전망이 잘안보이는 교차로에서 일시 정지를 무시한 경우,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음주운전'(3년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 '보행자 통행방해'(2만엔 이하의 벌금), '신호무시'(3개월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 '두 사람 탑승'(2만엔 이하의 벌금), 기타 '핸드폰 통화 중 운전시'는 안전운전 의무에 위반 적용 등 자동차에 관한 도로교통법 만큼이나 까다롭게 다룬다.

 

   # 1석多조 두바퀴가 여는 세상
 자전거는 도시기능 회복과 환경 변화, 고유가시대의 경제적 이익, 나아가 시민의 건강증진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울산시 등의 자전거 정책이 너무 전용 도로망 확충과 강변을 중심으로 한 순환 노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 속 까지 파고 든 오사카의 자전거 문화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도시인 오사카 시의 도로 사정은 우리나라 대도시 만큼 열악했다. 자동차도로와 자전거 도로, 보행자도로와 자전거 도로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았다. 도로시설도 자전거를 위한 배려라고는 횡단보도와 만나는 경계석의 턱을 없애고, 보행자용 횡단보도와 자전거용 횡단로를 구분해 놓았을 뿐이었다. 자전거 도로 역시 보행도로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자전거를 위한 특수한 재질의 포장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단지 보도를 만들때 자전거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블록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울산의 자전거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준법정신과 근검절약 정신이 필요하다. 특히 자전거를 생활 현장으로 끌어내려는 정책 당국의 인식전환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제도적 정비는 물론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전거 보관시설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미래 자전거 도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다.  강정원기자 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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