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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을 대하다 보면 그 맘을 다 읽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넘어 요즘은 '고객 졸도'까지 강조하며 기업상품을 홍보하고 있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긴 그리 쉽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감성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르고 온갖 기업이미지 광고에도 감성으로 넘쳐난다. 감성교육, 감성리더쉽, 감성기업, 감성디자인 등 자연스레 감성이란 단어가 요즘은 입에 붙어 버렸다.

 우리네 문화적 특성을 잘 살린 감성광고의 대표적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오리온 쵸코파이의 "情"이라는 광고가 있었다. "커피가 아닌 문화를 소비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미국의 조그만 커피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 역시 감성마케팅의 대명사다.

 한 예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으로 나오는 메릴 스트립은 아침마다 비서에게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한다. 이 장면은 그냥 흘려 지날 수 있는 장면이지만 가장 강력한 광고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성공한 여성들은 아침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들고 출근 한다', '성공한 여성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국의 문화를 팔면서 소비층의 감성을 건드리는 감성마케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소비자 기호·입맞 예측 어려워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볼펜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다른 사람의 사용기나 리뷰 등을 통해 비교 분석한 뒤 지갑을 열 정도로 소비형태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정서를 자극하는 감성마케팅을 넘어 체험마케팅, fun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정보 창구를 이용한 마케팅까지 등장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만큼 소비자의 입맛이나 기호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지고 세밀해 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성' 전제로 할때 효과 배가

 하지만 감성이란 이성을 전제로 할 때 효과가 배가 된다. 똑똑해진 요즘의 소비자는 과자 한 봉지에도 성분표시를 다 살피고 물건을 살 정도로 세밀한데 고객의 감성에만 의지 할 수 있을까?
 '어버님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다'는 광고가 큰 인기를 얻고 공감을 끌어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보일러를 선택할 때에는 안전성과 유지비, AS 등을 꼼꼼히 따지며 선택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의 패턴이다. 그러니 고객의 마음을 얻고 공감하려면 이성적 무장 없이는 공염불인 셈이다.

 마케팅의 또 다른 흐름은 고객이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편안하게 상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30도 이상 고개를 숙이는 인사법를 지양하고 가벼운 인사만 건넨다고 한다. 또 고객이 불편을 느낄 정도의 상품권유나 추천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도 허리 꺾는 각진 인사보다 '쿨'한 인사로 바꿨다고 한다.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편하게 즐기는 호텔로 변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마케팅도 진짜 고객들이 원하는 쪽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방향을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소비자 반응에 즉각 대응

 최근 컨슈머 리포트(미국 소비자 잡지)의 힘을 보면 안다.
 컨슈머리포트 (Consumer Report)의 실험을 보고 그 콧대 높은 스티브잡스도 휴가를 취소하고 달려 나와 기자회견을 할 정도다. 그를 끌어내린 건 전통의 권위지 뉴욕 타임스(NYT)도, 금융시장을 거미줄처럼 커버하는 블룸버그통신도, 전문성으로 무장한 유명 정보기술(IT) 블로그도 아니었다. 74년 된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였다. 컨슈머 리포터는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써보고 성능과 효용가치를 평가해 보고서 형식으로 온오프라인 상에 보고서를 발표하는 소비자의, 소비자들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미디어다. 

 컨슈머리포트의 위력은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4월 이 잡지는 도요타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서스 GX 460이 고속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있다며 독자들에게 "구입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도요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미국 내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리콜에 들어갔다.
 컨슈머리포트의 이같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NYT는 최근 첨단의 뉴미디어가 갖지 못한 걸 이 잡지가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 주권 찾기 차원에서 기업의 상품에 전방위로 과학적, 체계적, 논리적, 실험적, 이성적 방법으로 접근해 평가 결과를 내놓기에 어느 누구도 이에 반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따라 메뉴얼도 진화해야

 이처럼 똑똑해진 고객 앞에선 어설픈 지식이나 데이터만 갖고 감성으로 대응하기엔 세상이 너무 밝아졌다.
 감성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거나 소비자의 마음을 감동시켜 감성 욕구에 부응하는 아날로그적 소비촉진기법이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다. 한치의 틈도 용남되기 힘든 디지털 시대에 가장 좋은 고객서비스는 고객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걸 찾아주는 일 아닐까? 시대변화에 따라 고객응대메뉴얼도 진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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