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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찬 서리가 내린다. 파란 달빛이 야위어진 풀섶으로 숨어드는 저녁이다. 그 풀섶에서 가을의 끝을 아쉬워하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우주로 사유(思惟)의 세계를 열어 본다. 시작도 끝도 없는 광활한 우주에 떠도는 이름없는 별들이 저마다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질서를 유지하고 더불어 공간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생각의 꼬리는 길지만 그 수많은 행성들이 유영하는 우주의 바다에 지구별이 있고 그 별의 어느 모퉁이에서 학교는 저마다 학생 축제를 열었다. 

 학교 축제는 평소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통하여 배워온 재능과 소질을 발표하는 장이며 교실과 교과서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놀이를 통하여 인간사회의 존엄성을 배워가는 행사활동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축제의 전부이지만, 교사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단체 활동은 질서의식, 참여의식, 민주시민의식 등을 함양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이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마음은 내 가까운 친구가 현란한 피아노 연주를 할 때도, 무대에서 실수를 할 때도 그저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마음이다.

 나는 학생회 모임에서 "성숙한 관람을 위해 질서를 지키면서 행사활동에 참여하는 아름다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우리학교의 전통을 만들어가자"는 당부를 했었다. 우리 학교 축제를 보면서 학생들이 이런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학생들이 자랑스러웠다. 많은 학생들이 놀이마당, 행사마당, 무대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질서를 지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기를 바랐다.  그리고 개회식과 OX 퀴즈게임을 지켜보고 의외로 우리 학생들이 질서를 잘 지켜주는 모습을 보았고 상상했던 무질서에 대한 걱정은 노파심에 불가했으며 우리 학생들을 믿지 못했던 내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다만 아쉽게 생각한 것은 먹거리 장터에서 구입한 것들이 교실과 계단에 흘려 놓거나 나무막대를 학교 하수구에 버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의 분리수거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나라는 후진국이고, 재할용제품만 분리수거하는 나라는 그 보다 조금 나은 나라이며, 병과 캔이나 음식물을 분리수거하는 나라는 중진국이며, 병제품의 뚜껑부분의 양철과 유리병을 분리하거나 플라스틱 제품의 비닐부분을 분리수거 하는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의 우리나라는 초현대적인 문화 선진국일 것이다. 그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민주시민으로 분리수거와 같은 이웃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의식을 학교축제를 통하여 학습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학교 축제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여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학교교육은 학력향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방과 후 학교 운영으로 학습시간이 연장되었다. 그 영향으로 학생들은 자유롭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소질과 특기를 계발하고 연마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학생들이 축제의 무대에서 다양한 끼와 소질을 발휘해 주었고 그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무대행사를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새기며 학교교육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그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개인의 재능과 소질을 끌어내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부터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학교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다짐도 했다. 다만 축제 기간이 짧아 많은 학생들을 발표무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학교관리자로서의 아쉬움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소극적으로 참여하여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고독에 잠겨야 했다.

 나는 바란다. 어떤 일에도 적극적인 학생이 되어 어린 시절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미래사회의 주역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주 공간에도 자연의 섭리가 존재하듯이 우리 학교 공간도 지켜야 할 규칙과 보이지 않는 도덕과 윤리가 존재한다. 개성이 다른 많은 학생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학교 사회의 바람직한 가치관은 인간의 존엄성을 서로 존중하는 사회일 것이다. 이러한 성숙한 의식을 가진 학생이 되는 길은 생각의 깊이를 가지는 것이다. 축제가 끝난 교정에 낙엽이 지는 가을날 우리 모두 사유(思惟)의 세계에 빠져보자. 그리고 축제가 어느 가을날의 추억을 담아 학생들의 인생에 아름다운 전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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