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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전리 각석이 심각한 훼손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蔚州 川前里 刻石)은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암각화이다. 이 각석은 시베리아를 제외한 극동지방에서는 한국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 곳이 관리부실로 금이가고 각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상태라니 우리 문화재 관리 실태가 한심할 지경이다. 문화재 훼손은 천전리 각석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산불로 양양 낙산사와 낙산사 동종이 소실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창경궁 문정전 왼쪽 문이 방화로 불탔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화성의 서장대 역시 방화로 흉물이 됐다. 일련의 사건에서 문화재 보전ㆍ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때마다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관리부실 문제가 뉴스가 됐고 그때마다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서 관리방안을 천명했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계속된다는 것은 대책 부재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번 천전리 각석의 훼손은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무단출입에 따른 인재로 지적된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문화재청이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지자체와 문화재청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걸핏하면 예산 부족이나 관리인력 부족을 내세우지만 이것도 이유가 되지 못한다. 천전리 암각화는 극동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선사시대 유적이다. 윗부분에 사슴 등의 동물 모습과 인간 모습, 추상적 도형들이 있고, 그 아랫부분에는 가는 선각의 글씨들과 인물, 동물 또는 추상적 도형들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 중 가운데 붉은색의 중간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암수 사슴 한 쌍이 있다. 이 그림은 생산의 풍요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훼손된 부분도 문양이 있는 곳이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천전리 각석에 새겨진 문양들은 우리나라의 선사시대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태양을 형상화한 문양들이 보이는 것도 이 천전리 각석이 거의 유일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였으니만큼 태양은 곡식을 여물게 하고 과일을 익게 하는 소중한 존재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문화재가 자연적인 풍화작용이나 세월의 흔적으로 원형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실수나 관리부실로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문화재청이나 울주군은 지금이라도 실태파악과 관리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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