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 남극해 밑으로 침몰한 목조선 '인듀어런스 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 해양 고고학자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탐사팀 '인듀어런스 22'가 남극 웨들해 지하에 잠들고 있던 인듀어런스 호를 촬영해 공개한 것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탔던 인듀어런스 호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침몰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다. 남극해는 수온이 너무 낮아 나무를 부식시키는 미생물이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인듀어런스호는 1915년 섀클턴이 대원
가수 장사익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늘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가슴을 에는 목소리에 동화되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단다. 애써 참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며 겸연쩍어한다. 지나간 추억과 기억에 도취돼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고도 했다.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마음속 응어리도 풀리고 위안이 되니 말이다. 필자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묘하게 감정이입이 된다. 지난 연휴에 방영된 '열린 음악회'도 필자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사익 특유의 음색과 흥이 방청석을 휘감았다. 거문고 소리는 장렬
가니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이 국외 탈출 때 가져갔다는 현금다발이 세간의 화제다. 탈레반에 쫓겨 달아날 당시 1억 6,900만달러(약 1,979억원)를 챙겼다는 의혹이 외신을 타면서부터다. 승용차 4대에 가득 싣고 수도 카불을 벗어났다는 현지 통신의 보도에 억장이 무너지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을 게다.게다가 그를 추종하는 정치인도 200명 이상 동반했다니 기가 막힌다. 도주 행각의 클라이맥스는 준비한 헬기에 돈 보따리를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를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는 것이다. 한 나라 대통령의 처신치고는 너무나 부적
한 도시에 글로벌 기업이 들어선다면 어떨까. 환경 유해 기업이면 몰라도 시민들은 쌍수를 들어 반길 터이다. 세계적 기업의 유명세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과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우선 도시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지역민의 자긍심도 덩달아 크게 올라갈 걸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양질의 고용 기회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로 인해 크게 고무될 게 틀림없다. 지난 2017년에 있었던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전이 그랬다. '아마존 효과'로 전 세계가 들썩였
'MZ세대'는 현재의 2030 나이대를 일컫는다. 독특한 성향 탓에 많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중시한다. 미래의 보상이 아닌 현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가심비(價心比)를 따지는 경향이 짙다. 가격이나 성능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데 시간과 돈을 기꺼이 소비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SNS를 통해 타인에게 '과시하기(Flex)'를 즐긴다. 기성세대들이 공감하기란 그리
시골과 읍내를 오가는 버스 운전기사가 하루는 읍내 가게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을 태웠다. 정답게 인사를 하며 타는 할머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다.얼마쯤 가서 운전기사가 정지 신호를 받고 버스를 멈췄다. 그때 이 할머니가 다가와 아몬드 한 줌을 손에 쥐여 주셨다. 운전기사는 감사하다며 받아먹었다.그리고는 얼마쯤 지나서 다시 정차하게 됐다. 이번에도 할머니가 다가와 아몬드 한 줌을 주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물었다."할머니 아몬드를 왜 드시지 않고 저에게 자꾸 주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가 없어서 야문 거는 못 먹어" "그럼
요즘 2030세대의 파격 행보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헌정사 최초로 원내 경험이 전무한 이른바 '0선' 경력의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 신임 대표에 당선됐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출근 첫날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따릉이 대표'로 불리었다. '준스톤' '갓준석' 등의 애칭을 얻으며 온라인상에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2030세대의 입맛을 그대로 저격한 직설화법 영향이 컸다.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곳곳에서 연출된 탓에
주말 저녁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들떠 있는 목소리에 살짝 취기가 도는 듯했다. 죽마고우 둘이서 인왕산을 등산하고 내려와 경복궁 인근의 막걸리집에서 회포를 풀다가 옛 생각에 필자가 소환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친구 녀석 왈, 인왕산 정상에서 청와대를 향해 '임기 말 국정을 제발 좀 안정적으로 운용해 주십사' 기원하고 내려왔노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진심은 따로 있었다. 어릴 적 함께 자라면서 귀하게 가치를 매겨 온 것들을 쟁취하려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이제 와 되돌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의 날개'는 중용(中庸)의 미덕과 이성, 그리고 절제를 암시한다.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얻어서 '미노스의 미로'를 탈출할 수는 있었지만 아름다운 태양이 좋아서 솟아오르다 결국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해 죽고 만다. 명예나 위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올라갈 땐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다.오스트리아 출신 여류시인 바하만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시를 써 유명세를 탔다. '…/ 교활한 까마귀나 끈끈한 거미의 손 / 그리고 덤불 속의 깃털에
"우리 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 지구에 난 불을 끄길 원합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다보스포럼(세계 경제 포럼)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한 말이다. 한마디로 "살려 달라"는 다급한 외침이다.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이어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1.5도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20대 청년 간담회'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돈 준다고 표 안 준다"며 송영길 대표 면전에서 한 청년이 돌직구를 날렸기 때문이다. 요즘 여권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듯 쏟아내는 현금성 지원책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사람이 “대학을 안 간 사람에게 1,000만원을 주겠다"고 포문을 열자 다른 이는 “군 제대하면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심지어 세금으로 “어린이들에게 용돈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기초단체장들도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자신의 쌈짓돈
그야말로 오리무중, 첩첩산중이다. 자욱한 안갯속 풍경은 '낭만'이었지만 안개가 걷힌 현실은 잔인한 '유혹'에 불과했다. 하나둘 드러나는 금융시장의 실체가 그렇다.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비상등이 켜지면서 '빚투' '영끌'로 모처럼 구름 위 산책을 즐기던 젊은이들이 혼비백산하고 있다. 쇼크도 이런 쇼크가 없다. 한순간에 '벼락 거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당장 눈앞이 캄캄하고 숨이 콱 막힌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안개와 같아서
주식의 대부 워런 버핏,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모르면 시쳇말로 '아싸'(아웃사이더) 취급받는다. 스타벅스, GE, 시티그룹,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아인슈타인, 스티븐 스필버그, 기네스 펠트로, 더스틴 호프만, 마이클 볼턴, 밥딜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유대인이거나 유대인이 투자, 창업, 경영하는 유명기업이다. 유사한 예는 언론 분야에도 수두룩하다. 정말이지 놀라우리만큼 많다. 요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곳도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해마다 이맘때면 입가에 맴도는 동요 한 소절이다. 아동문학의 나침반 역할을 한 '동원 이원수' 선생이 어린 시절의 고향과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담아 동시 '고향의 봄'을 썼다. 여기에 '산토끼'를 작사·작곡한 이일래가 곡을 붙였다. 하지만 당시 마산 지역에서만 알려져 홍난파가 다시 작곡해 지금의 아리랑만큼이나 민족애를 느끼게 하는 동요로 애창되고 있다. '고향의 봄'을 흥얼거리다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멀리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동양철학의 진리이다.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인간이 더 낫다'고 날카롭게 표현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지나치게 재물을 탐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실천하며 남기신 가르침도 이 무소유의 철학이었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며,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영화 제목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는 27만 5,815명, 사망자는 30만 7,764명.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인구의 자연 감소'에 대한 위기의 경고등이다. 1970년 공식 출생통계 작성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전망 보다 무려 9년이나 빨리 인구절벽이 시작된 것이라 하니 놀랄 따름이다.반면에 지난해 60대 이상 인구는 약 1,244만 명으로 전체의 24%에 달했다. 한 세대에서 인구
'배~~띄워라 / 배~~띄워라 / 아이야 벗님네야 / 배띄워서 어서가자… / 바람이 없으면 노를 젓고 / 바람이 불면 돛을 올려라…' 송소희 원곡을 가수 홍지윤이 미스트롯에서 진하게 불러 스트레스로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위로를 받기에 그만한 것도 없었다. 인기 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이 가사 일부에 우리네 한(恨)과 정감을 실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 것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 '라비던스' 팀이 올스타전에서 부른 '몽금포 타령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길이 있다. 흔히 '나를 찾아가는 길'로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도 많은 이들이 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 '꿈의 길'이다. 프랑스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여 ㎞가 가장 잘 알려진 코스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길고 힘든 이 여정에는 자연을 품고 걸으며 인생의 가치를 찾아보려는 세계 각지의 도보 여행자들이 항상 모여들곤 한다.사실 이 순례길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가 있다. 투우 경기와 플라밍고, 그리고 스페인 여인과 결혼한 후배다. 이 셋은 뜨거운 열정과 흥, 애환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뜬금없이 후배를 들먹이는 것도 그의 입담과 바지런함이 투우 경기와 플라밍고 못잖은 묘한 끌림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페인 여행 이상으로 이 후배로부터 얻은 지식이 많다. 그중 하나가 투우 경기다. 투우 경기는 얼핏 보면 하나의 시나리오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3가지의 스테이션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창을 든 기마 투우사 '피카도르'의 등장, 꼬챙이
요즘처럼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면 문득 생각나는 시(詩)가 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수염에/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일제강점기의 이장희 시인이 쓴 '봄은 고양이로다'이다. 봄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양이를 통해 봄에 대한 느낌을 상큼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생각하면 생선을 떠올릴 가능성이 많다. 아마 '고양이에게 생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