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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 북한을 방문한다. 그것도 하늘길이나 바닷길이 아닌 육로로 분단 철책을 넘는다. 또 한민족 비운의 상징인 휴전선에 도착해서는 도보로 이동한다니 실로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갖는 의미만을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여기에 일부 보수언론이 지적하듯이 '아리랑공연' 관람이 어떻고 하는 것은 제쳐두자. 더욱이 회담도 시작하기 전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예단도 각별히 삼가야 할 것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은 정파나 계층, 이해관계를 떠나 한마음으로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남북 정상회담을 흠잡지 못해 안달인 군상이 있다. 이번 회담 결과가 대통령선거에 어떤 득실을 미칠지 각 정파마다 주산 알 굴리기에 분주하다. 모 야당의 대선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발표가 있자 미국으로 건너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도 아니고 국가의 정상적인 외교라인에 있지도 않으면서 불쑥 이런 발표를 하는 저의가 무엇이겠는가. 1일 통합신당의 경선 후보들이 잇따라 지적했듯이 이는 외교관례를 깨는 돌출행동일뿐 아니라, 남북회담 자체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읽혀지지 않는다. 국가 간의 회담은 거기에 걸 맞는 의제가 있어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야당 대통령후보가 남의 나라 대통령을 만나 무슨 책임 있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닌 만남을 굳이 하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굴신외교다. 상대는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억지로 만나자고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딴지를 걸어서는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눈에 띄는 이벤트를 해도 상관없다는 발상을 하기에 앞서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상이 아쉽다. 특히 우리는 현재 남북분단과 이에 따른 국력허비를 할 때가 아니기에 평화공존을 목표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한반도의 주변 상황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냉전시대, 적과 동지의 구분이 뚜렷하던 시대가 오히려 그리울 정도다. 탈냉전은 우리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나라에게는 더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 때 남북이라도 손을 맞잡고 대처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오늘 노 대통령의 방북은 바로 이 같은 국민적 염원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했던 성과물 이상의 진전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 남북정상 역시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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