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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업체 요청에 보강재 납품업체 임원이 계산해
엉터리 수치반영 안정성·하중·보강토 전부 오류
담당공무원은 토목감리 따로 선정 사실조차 몰라
경찰 "관련 3명 입건…유착관계 여부 수사 확대"


지난해 붕괴사고가 발생한 울산외고 옹벽은 무자격자의 주먹구구식 구조계산이 설계에 반영되고, 이 설계를 감독할 감리조차 선정되지 않는 등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실투성이였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구조계산을 한 무자격자는 울산외고 옹벽공사에 사용되는 보강재 납품업체의 임원인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울산중부경찰서는 5일 무자격으로 옹벽 구조계산서를 작성한 이모(42)씨, 설계도를 검토한 기술사 전모(50)씨, 설계감리를 선정하지 않은 교육청 공무원 A(38·기술7급)씨 등 3명을 건축사법 및 건축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건축물 구조계산을 하기 위한 자격이 없으면서도 옹벽 구조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임의로 계산을 해 설계업체인 (주)D사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설계도서에 포함된 구조계산은 옹벽의 하중계산 등을 통해 이에 적합한 보강재를 선택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보강재 납품업체 간부였던 이씨는 당시 구조계산을 할 자격이 없었던 원청사인 (주)D사 요청을 받고 정확한 구조계산 지식 없이 자신의 임의대로 계산을 해 구조계산서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업체인 (주)D사는 이렇게 계산된 구조계산서를 반영해 설계를 했고 결국 외고 옹벽공사에 보강재가 적게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잘못된 구조계산으로 안정성과 하중 계산, 보강토 길이 등에서 모두 오류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발주처인 교육청의 감독관인 공무원 A씨는 설계도서(설계도, 구조계산서, 시방서, 내역서 등을 포함)의 토목부분을 감리하는 설계감리를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무원 A씨가 토목부분에 대한 감리를 따로 선정해야하는 데 이런 사실 조차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토목기술사 전씨는 (주)D사가 완성한 설계도면을 형식적으로 검토해 이씨의 옹벽 구조계산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따라 울산외고 옹벽 붕괴는 무자격자의 설계,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행태, 기술사의 형식적 검토, 담당공무원의 업무 미숙 등 총체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붕괴 원인과 관련해 이들 3명을 입건했지만 앞으로 공무원과 건설업체 사이에 유착관계는 없었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이라며 "입건대상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부서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울산외고 건설공사를 부실시공한 혐의(건설기본법위반)로 울산, 인천, 전라남도 건설업체 대표 3명과 시방서를 어겨 시공한 혐의(건축법 위반)로 건설업체 현장소장, 건설업체 법인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울산외고는 지난해 9월8일 공정의 90% 이상을 마무리한 단계에서 태풍 '말로'영향으로 기초파일 600개 가운데 15개가 파손되고, 기초판 1개가 유실됐다. 최창환기자 c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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