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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지역 765kV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 지 126일 만에 2일 오전 단장면 바드리 마을과 부북면 공사 현장에서의 송전탑 건설 준비에 들어갔다.

한전, 200여명 동원 현장정리·헬기동원 자재운반
경찰, 공사저지 주민 4명 업무 방해 혐의 첫 입건

 2일 새벽부터 공사가 재개되자 곳곳에서 반대 주민과 경찰, 한전 직원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한전은 이날 오전 6시 20분께 단장면 바드리마을의 84번과 89번 송전탑, 오전 6시 40분께 부북면 위양리 126번 송전탑의 공사를 각각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전 7시께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상동면 도곡리 송전탑의 공사도 시작했다.
 한전은 현장 주변을 정리 정돈하거나 펜스를 설치해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전은 이를 위해 자체 직원과 시공사 근로자 등 200여 명과 건설장비를 투입했다.
 한전은 헬기로 송전탑의 주요 자재를 현장에 옮겨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공사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다른 송전탑의 공사와 관련, 한전은 공권력 투입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송전탑 현장에 3~5개 중대의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모두 20여 개 중대 2천여 명을 투입, 반대 주민들의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공사를 막으려고 단장면, 상동면, 부북면 곳곳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마을 안팎의 통행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단장면 바드리마을의 송전탑 현장에서는 밤샘 노숙을 한 주민 30여 명이 이날 오전 5시께 경찰력이 투입되자 경찰 및 한전 직원 등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몸에 쇠사슬을 묶은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동면 현장에서도 주민 100여 명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상동면 도곡리 송전탑 현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던 강모(63·여)씨가 넘어져 한때 의식을 잃었고, 단장면 바드리마을 현장에서는 김모(75·여)씨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전날에는 바드리마을에서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던 주민 고모(70)씨가 쓰러지기도 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전날 오후 늦게 밀양 송전탑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면담하는 등 상황을 파악했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반발해 조성제 신부(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상임대표), 환경단체 대표, 주민 2명 등은 오는 2일 오전 11시 서울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11시께 90명의 인원과 장비를 동원해 단장면 송전탑 현장 인근에 있는 노숙시설(움막) 2개를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에나서 주민들과 충돌이 우려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관 10명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보내 인권 침해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창원지방검찰청과 경남경찰청 등은 1일 창원지검 밀양지청에서 공안대책 지역협의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려고 현장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불법 행위자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방화, 투석, 차량 파손 등 과격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안당국이 이런 방침을 밝힌 후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승용차로 공사 차량의 진입을 가로막은 주민 4명이 업무 방해 혐의로 1일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이계삼 사무국장은 "정부와 한전이 계속 공사를 강행하면 부상자가 늘어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밀양 송전탑의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는 TV토론을 열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수천기자 l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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