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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태화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잃어버린 30년'이다. 울산시민을 길러준 한없이 푸근한 어머니 품속이자, 서정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태화강을 우리는 공업화라는 시대적 화두 앞에 송두리째 내어줬다. 철마다 넘쳐나던 재첩과 붕어, 목마르면 아무 때고 넙죽 엎드려 마실 수 있던 청정수까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 '절대가난 극복'이라는 대전제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었다. 그 결과가 걸핏하면 배를 허옇게 드러내고 죽는 물고기와 연중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시켰다. 이런 태화강을 110만 울산시민들은 90년대 말 이후 '생명이 살아 숨쉬는' 청정하천으로 복원했다. 여기에 쏟은 열정과 땀, 재정부담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포기하고 단념했던 태화강을 울산시민의 울력으로 이 만큼이나마 살려놓은 것은 분명 '기적'이다. 동서로 36㎞, 남북 28㎞의 유역은 옛 모습 그대로 되돌아왔다. 아니 그 이상이다. 화룡연을 굽이돌아, 이수삼산의 이름을 남기고 울산만에서 동해로 들어가는 태화강은 그자체로 한편의 시(詩 )다. 여기에다 우리는 동해안의 명사십리를 능가할 십리대숲을 깔끔히 정돈,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연어가 뛰놀고,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수로 지정한 수달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우리는 전국 수영대회를 열고 카누경기를 하고 '태화강 물 축제'를 시민의 환호 속에 개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가슴 뻐근한 느꺼움에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전국서 하천재생 벤치마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울산을 방문하자, 박맹우 울산시장은 이들을 제일 먼저 태화강으로 안내했다. 산업화로 멍들었던 태화강이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울산의 자랑이자, 하천 살리기의 최고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태화강을 벤치마킹하려는 자치단체들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몰려오고 있다. 정말이지 경이로운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태화강을 보고 있으면 마치 어린아이를 물가에 나놓은 것처럼 그저 조마조마하다.

 

   오염 가능성 도처에 산재
  언제 또 고기가 떼죽음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돼 있다. 이는 태화강을 생태하천, 살아있는 강으로 존치시키는데 절대적인 유지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억 원씩을 들여 준설공사를 하고, 하천 유역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는 있지만 이것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지수가 문제지만, 지금까지의 공로를 하루아침에 '도로아미타불'로 할 복병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먼저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우수관이 문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하수관과 잘못 연결돼 있는가 하면, 찌부러지고 파손된 분리하수관도 적지 않아 자칫 태화강으로 하수가 대량 흘러들어올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설치한 지 오래된 분리하수관의 경우 재질이 폴리에틸렌으로 파손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구경도 크고 작은 것이 뒤섞여 병목현상에 따른 누수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점오염원, 즉 한 자리서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오염원이 아닌 비점오염원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 태화강 유역의 자동차타이어 마모에 따른 분진과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독성오염물질 및 비산먼지, 음식물찌꺼기 등 고정되어 있지 않은 비점오염원이 초기 강우때 빗물에 씻겨 유입될 경우 재앙(災殃)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울산광역시는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태화강관리단과 같은 별도의 기구까지 만들어놓고도 태화강 보존을 위한 '마스트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시·군 관리권 일원화부터
 예컨대 유지수가 부족, 적조현상을 빚고 있는데도 태화강 상류 등 유역의 '물 도둑'으로 지탄받는 취수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자라는 단장의 말은 더 가관이다. 인· 허가권이 없어 실효적인 단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이런 허약해빠진 조직에 어떻게 태화강을 맡길 수 있겠는가. 필요하다면 준사법권까지 줘야 한다. 또 관리권을 울산시와 울주군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도 하나로 통일시켜야 마땅하다. 울산시민이 이를 지원해줄 것이다. 어떻게 살려낸 태화강인데, 또 다시 옛날로 돌아간단 말인가. 시민 모두가 '태화강 지킴이'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울산시도 보다 강력한 의지로 임해야 한다. 이것만이 생태하천, 태화강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어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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