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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억새군락지가 지난 60년대에 비해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 천이, 등산객과 인공구조물의 훼손, 산불방화선 구축 등이 원인인 것으로 지적돼 억새군락지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영남알프스의 자랑거리인 전국 최대 규모의 '억새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항공사진 분석 결과 1960년대 후반 1,190만㎡에 달하던 것이 40여년이 흐른 지금은 대부분 소멸돼 남은 억새군락지는 100만㎡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천이(遷移)로 활엽수·침엽수 등 목본식물이 군락지를 잠식한데다 산불 방화선 구축을 위한 임도 개설과 등산객의 무분별한 출입, 데크 등 인공 조형물 등이 훼손을 가속화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울산시는 최근 가진 영남알프스 억새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보존과 복원사업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시와 경남 밀양·양산, 경북 청도·경주 접경지인 가지산과 천황봉을 중심으로 이어진 해발 1,000m 이상의 9개 봉우리와 능선으로 이뤄진 명산이다. 영남알프스는 수려한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해 붙여진 별칭이다.

 북동쪽의 고헌산에서 시작된 능선은 최고봉 가지산~능동산~배내봉~천황봉~재약산~간월산~신불산~영축산까지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전체 면적은 255㎢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간월재와 신불재·영축산 단조성터에 걸쳐 펼쳐진 억새밭과 천황봉 사자평원·고헌산 등 5개 봉우리 정상 부근 억새군락지는 현재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팀이 1968년과 2011년 영남알프스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억새군락지의 훼손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신불재 억새밭은 1968년 157만 4,000㎡ 달하던 것이 1977년 106만 4,000㎡(67.6%)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 2011년에는 13만 5,000㎡만(0.8%) 밖에 남지 않았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대거 침범한 데다 임도 개설과 등산객 증가, 데크·나무계단 설치가 군락지를 파괴한 탓이다.

 간월재 억새군락지의 경우 1968년 343만 1,000㎡이던 것이 2011년에는 16만 4,000㎡(4.8%)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락지 대부분이 잣나무 등 인공조림지로 변했고, 일부는 활엽수와 침엽수 등이 잠식하면서 사라졌다.

 영축산 단조성터와 천황봉 사자평원 억새밭은 1968년 각각 230만 4,000㎡와 356만 4,000㎡에 달했으나 2011년 33만 9,000㎡(14.7%)와 21만 1,000㎡(5.9%)로 급감했다. 고헌산의 경우 1968년 104만 5,000㎡였던 억새밭은 방화선 구축을 위한 무분별한 임도 개설공사 등으로 2011년 거의 사라진 상태다.

 용역팀은 또 영남알프스에 조성된 4개 구간 24.9㎞의 '하늘억새길'을 따라 비교적 넓게 억새가 분포하고 있지만 대부분 44년 전보다 90% 이상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용역팀은 억새군락의 쇠퇴가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군락지별 특성에 맞춰 보존 및 복원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용역 중간보고회와 함께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도 '억새보전지역'을 지정하고 핵심보전·확산관리·자연천이구역 등으로 구분해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용역팀 관계자는 "남은 억새군락지는 억새 태우기, 관목·교목류 제거, 복원사업을 병행해 넓히고 탐방객 제한이나 억새 모니터링 등으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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