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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는 4일 회사 소식지를 통해 "이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소위 "서로 좋은 것이 좋다"며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타협했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겠다는 발상의 일대 전환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유독 현대차에서만 새삼스레 들리는 것은, 다른 업체들은 모두 이 원칙을 고수했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울산과 전국의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는 동안 현대차는 이 기간 파업과 분규로 점철됐다. 임금협상만 시작했다 하면 실력행사로 사측의 예봉을 꺾는 것을 능사로 알았다. 생산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협력업체의 경영악화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 기간은 자동차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으로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허덕거릴 때라 어떻게든 노동조합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하루라도 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을 매었다. 더욱이 사측은 파업에 따른 노동일수 부족마저 연말 성과금이라는 이름으로 보충해주는 고육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근로자들 역시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임금에 손실을 봐야 한다"는 의식이 자연 결여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현장에서 숫제 무시됐다.

 

   '무노동 무임금'원칙 무시
 얼마 전 어느 네티즌이 '북한 김정일과 현대차노조가 닮은 점'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자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요구할 것은 다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김정일이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듯이 현대차노조는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한다고 했다. 둘 다 찾아먹을 것 다 찾아먹고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깽판을 놓는 것이 너무도 닮았다며, 개탄하는 것으로 이 글은 마무리하고 있다. 3일 회사의 시무식장을 폭력과 소화기 분말가루 등으로 얼룩지게 한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잔업거부 강행 등을 외치고 있는 현대차노조를 보고 있으면 이 네티즌의 지적에 절로 고개를 꺼덕이게 한다. 심지어 현대차노조 집행간부 40여명은 현재 본관 1층 로비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의 주장은 답답함을 넘어 연민마저 들게 한다. 기 체결된 노사합의에 따라 지급된 성과금을 적다고 더 내놔라 하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회사가 성과금 지급 합의를 파기하고 50%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조합원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사측의 행위는 노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우롱이고 도전이라는 것인가. 노사합의 사항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 사측과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생트집을 부리는 노조 가운데 이 말을 할 자격이 있다면 의당 사측에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동차산업의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앉아서 주문을 받고 값을 올려도 사주던 시절이 아니다. 이는 "아~ 옛날"이 되었다. 현대차가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경영상황에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은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덧붙인 것도 바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특히 회사는 성과금 관련 합의 내용을 놓고 보인 노사 이견에 대해 더욱 명쾌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즉 성과금은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이며, 노조는 하향된 목표조차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치파업으로 스스로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던 성과금 150%를 맞추기 위해 사업목표를 12만대나 낮추면서까지 조정했다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성과금, 경영성과의 보상
 이런 상황에서도 관행이니 구두약속이니 하는 것을 들고 나오며 회사를 상대로 어깃장을 놓고 있는 노조다. 노조의 주장을 백번 양보해 그것이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관행이라면 고쳐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또 현재 회사가 처한 경영환경을 노조라고 모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무조건 떼를 쓰는 것은 어떤 저의를 복선에 깔고 하는 계산된 행동인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만시지탄이 없지 않지만 회사는 이번 결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단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을 더 이상 굴절시키지 않고 왜곡시키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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