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지도의 만남
데이터와 지도의 만남
  • 울산신문
  • 2019.12.3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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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항 북구 기획홍보실장

필자는 주말 때때로 산에 오른다. 월요일 조금 이르게 출근해 주말 등산을 떠올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휴대전화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내가 걸었던 등산로가 표시된 지도가 한눈에 보인다. 등산로 곳곳에서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위치정보와 함께 지도에 표시된다. 주말 등산에서의 즐거움이 다시 살아나는 듯 생생하다.

포털 사이트의 지도정보 등 최근 지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눈으로 보고 길을 찾기만 했던 시대는 끝났다. 해외여행에서 길찾기는 물론이고 맛집 정보도 쉽게 지도 위에서 찾아낼 수 있다.

각종 데이터를 공간에 구현하는 노력은 포털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를 지도에 시각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존 스노 박사의 '콜레라지도'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1854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콜레라의 원인과 전염 경로를 알지 못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갔다. 존 스노 박사는 오염된 물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근거를 찾아야 했다.

그는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어디에 사는 누가 죽었는지 알아내고 이를 지도에 표시해 갔다. 특정 거리, 특정 지점에서 사망자가 많은 것을 확인했고, 그 거리에 있는 공동펌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공동펌프를 없앤 후 사망자 수는 크게 줄었다. 지도 한장이 전염병의 원인을 찾아낸 셈이었다.

최근 '마이크로 지리정보학'이라는 책을 통해 전국의 여러 정책지도를 접할 수 있었다. 교통과 문화, 복지, 방범 등 구청에서 처리하는 대부분의 업무 데이터를 정책지도로 시각화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내는데 이미 많은 지자체가 동참하고 있었다. 정책지도 상당수는 민원을 해결하거나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만들어 지고 있었다.

우리 북구도 올해 정책지도 몇 개를 만들었다. 구청장실 한켠에는 환경미화과에서 만든 '쓰레기 무단투기 지도'와 안전정보과에서 만든 '생활안전지도'가 놓여 있다. 

우선 지난 봄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무단투기 정책지도가 만들어졌다. 구청 환경미화과 직원들이 직접 무단투기 지역 90곳을 발로 뛰며 확인해 만든 지도다. 북구 전역 상습 무단투기 지역을 표시해 직원 누구나 수시로 무단투기지역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쓰레기가 쌓인 곳에는 끊임없이 쓰레기가 늘어나는 상황, 한번쯤 봤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무질서 상태는 더 큰 무질서 상태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시로 업데이트해 새로운 정보를 담아내는 지도 덕분에 작은 무질서 상태는 더 큰 무질서 상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안전정보과에서 동네 안전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생활안전지도를 제작했다. 사고다발지역이나 위험지역을 등급별로 표시해 체계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떤 지역이 어떤 사고에 취약한지, 또 왜 사고에 취약한지를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지도다.

전국 단위의 생활안전지도가 있긴 했지만 그 지도로는 기초자치단체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구청 차원의 안전지도 제작으로 보다 구체적인 안전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공간정보를 활용한 정책지도는 각 부서에서만 공유되고, 각자의 포맷으로만 관리되던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보다 과학적인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 보다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모든 부서가 이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아침에도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며 지난 주말을 떠올렸다.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 등산 지도를 하나하나 모아 나만의 전국 등산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김기항의 등산지도'. 나만의 지도지만 등산객 누구에게나 유용한 지도가 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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