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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빈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실명인지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에서 풍겨오는 느낌만큼이나 달콤한 시를 쓰던 시인과 만남도 2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은데도 늘 동생 같고 때 묻지 않은 순수를 간직한 그에게 동시를 써보라고 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시인이 드디어 첫 동시집 '나는 독립 운동가'를 냈습니다. 그 동시집으로 제11회 울산 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축하드리오며 한글날 읽기에 딱 맞는 그의 동시집을 찬찬히 음미해 봅니다.
"오백년을 살았는데/일학년처럼 싹틔우고//오백년을 살았는데/일학년처럼 물들이고//오백년을 살고도/첫 마음 잃지 않고//오백년을 산 나무인지/궁금하다 참 궁금해"  -'구량리 은행나무' 전문

위의 시에서처럼 오십오 년을 넘게 살아가면서도 새싹처럼 싱그러운 동심이 묻어나는 시와 웃음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시인을 따라 동시집으로 들어가면 빗방울이 통신을 보내고 하늘이 화장하고 아기가 콩을 심고 비가 우산을 쓰고 있지요. 이렇게 신비로운 곳에 매일매일 제일 바쁜 새엄마가 있고 미움을 쓱싹쓱싹 지우고 예쁜 추억만 간직하고 싶은 아이와 날마다 꿈꾸는 초록 잎사귀와 비 오는 날 지붕 없는 새집을 걱정하는 아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따라 걸어가 보면 연어가 되어 집으로 가는 친구, 우리 집이 생겨 좋아하는 친구, 닻줄과 목줄에 묶인 고깃배와 강아지를 걱정하는 친구,  신발을 보고 쌍둥이가 아닐까 생각하는 친구도 있지만, 통일 열차를 타고 압록강 백두산 한라산 성산포 대한민국 남북한 어린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도 보이네요. 그럼 책의 제목이 된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태극기 높이 들고 달려 나가면/나는 독립 운동가/삼월 하늘 물들이며 대한 독립 만세/외치던 독립 운동가/총칼로 탄압해도 당당히 맞서 싸우던/위대한 독립 운동가/청산리 전투의 김좌진 장군/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아우내 장터의 유관순 열사/모두 다 한마음 한뜻으로/대한 독립을 위하여 목숨 바친/자랑스러운 독립 운동가/태극기 높이 들고 달려 나가면/나는 대한의 독립 운동가/삼월의 꽃으로 피어나는 독립 운동가" -'나는 독립 운동가' 전문

574주년 한글날, 이 동시를 읽어보니 뭉클한 무엇인가 올라오는데 어떤 멋진 날 거짓말처럼 평화롭게 통일된 한반도 길을 걷고 있는 상상을 하며 여러분도 함께 이 길을 걸어보길 바라며 이 동시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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