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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생명의숲이 주최하고 울산시환경교육센터가 후원하는 환경부 인증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2020년 살아있는 생명문화재 - 울산의 노거수 찾아가기' 체험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울산 남구 태화강둔치의 수령 300여년 이상된 '처용 팽나무'에서 노거수를 관찰·기록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울산생명의숲이 주최하고 울산시환경교육센터가 후원하는 환경부 인증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2020년 살아있는 생명문화재 - 울산의 노거수 찾아가기' 체험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울산 남구 태화강둔치의 수령 300여년 이상된 '처용 팽나무'에서 노거수를 관찰·기록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환경의 중요성은 이제 지대해졌다. 개발에만 치중해 있던 과거의 이력으로 사회 곳곳은 황폐해졌다. 보존은 이제 한시도 늦출 수 없는 현대인들의 숙명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관심 가져야 할 주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애인들은 환경 학습권에 대해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장애인들이 '환경'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부족한 현실이다.  

# 2001년부터 이어온 생명의 숲 대표 프로그램
환경보호단체인 '울산생명의숲'은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환경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단체 소속 김잔듸 담당자는 환경 학습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살아있는 생명문화재-울산의 노거수를 찾아가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초 생명의숲의 대표적인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1년부터 노거수 기행을 위해 진행해왔다. 시민들이 노거수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문화를 체험함으로써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노거수를 알게 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노거수를 통해 지역의 과거 환경이나 기후, 풍습 등을 읽어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학술적인 가치는 더욱 크다. 또 산업도시, 도시화로 인해 수 백 년된 큰 나무들이 없었을 것 같은 도시에서 노거수를 만나는 색다른 경험도 만들어준다. 

노거수의 역할, 크기, 생육상태를 직접 측정을 해봄으로써 노거수의 생태적인 효과를 이해하게 되며 생활권 속에서 만나는 노거수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감수성을 갖게 한다. 

지난 7월 18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울산 삼호교 아래 팽나무 노거수를 관찰하고, 줄자로 둘레를 재어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울산 삼호교 아래 팽나무 노거수를 관찰하고, 줄자로 둘레를 재어보고 있다.

# 복지센터 협력 또래 비장애인과 함께 체험 기획
김잔듸 담당자는 장애인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작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어 올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담당자의 이러한 기획은 올해 초 북구에 있는 울산장애인복지센터와 상호 협력적인 관계로 업무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발단이 됐다. 

김 담당자는 "업무협약을 맺을 당시, 노거수 프로그램의 대상자 선정을 하고 있던 때였다"면서 "발달장애인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삶을 지원하며, 또래 비장애인들과 함께 자연환경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점진적인 지역사회로의 적응을 돕는 계기가 되길 바라 올해는 장애인들을 대상을 진행해보고자 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이 지역의 노거수를 직접 만나 관찰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노거수와 친구가 돼 보는 시간을 가지는 기회를 마련한다.

# 체험만으로도 환경에 대한 관심 끌어올려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70여 명의 장애인이 참석해 3개의 노거수를 살펴봤다.  

그 첫 번째로는 지난 7월 9일 울산 울주군 석척마을에 위치한 곰솔 숲 안 소나무다. 석계서원 옆 솔숲의 소나무 가운데 최고령 소나무로, 지난 2000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나이는 300~400년으로 추정. 

참가자들은 줄자로 나무의 둘레를 재고 높이재는 법을 공부했다. 또 석계서원 안에 있는 백 년 된 무궁화(보호수)를 관찰하고 떨어진 무궁화 잎으로 자연놀이를 해보고 솔방울이나 꽃잎으로 자연놀이를 하면 저절로 자연물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번째로는 같은 달 18일 울산 삼호동 삼호교 인근에 있는 팽나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팽나무에 얽힌 역사와 유래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지면서 둘레가 얼마만큼인지 줄자달리기를 통해 길이를 가늠해 보았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처럼 1,000여 년까지 살지는 않지만, 500여년 넘게 장수하는 나무다. 이처럼 장수하는 나무들은 매우 천천히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당산나무의 대표 격인 '팽나무'는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나무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에 팽나무 열매를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탁' 치면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가 날아가는데, 이때 날아가는 소리가 팽~ 하고 나서 팽나무라고 불리게 됐다는 설도 있다. 오랜 세월 마을 지킴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노거수로도 많이 등록돼 있다. 

지난 7월 9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울산 울주군 석척마을 곰솔 숲 내 무궁화(보호수)를 관찰하고 떨어진 무궁화 잎으로 자연놀이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울산 울주군 석척마을 곰솔 숲 내 무궁화(보호수)를 관찰하고 떨어진 무궁화 잎으로 자연놀이를 하고 있다.

# 점진적인 지역사회 적응 돕는 계기도
끝으로 지난달 29일에는 태화강 둔치 십리대밭교 근처에 있는 팽나무를 관찰했다. 

이 나무는 지난 2009년 울주군 청량면 신산업단지 내에 있었다. 수목이 우람하고 노거수로서 보존 가치가 있다고 해 벌채 위기에서 구해 태화강 둔치로 이식한 나무다. 

앞선 체험과 마찬가지로 노거수가 옮겨오게 된 배경에 대해 학습하고, 간단한 교육 후 북구 오치골 광장으로 이동해 꿈틀이 찾기,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숲으로 전진하는 놀이 등을 통해 자연에 대해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김잔듸 담당자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줄자 달리기 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 담당자는 "줄자로 높이나 둘레를 잴 때 그 길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한 사람이 줄자 끝을 잡고 다른 사람이 반대편 줄을 잡고 정해진 길이만큼 달리는 게임이다"면서 "놀이를 통해 노거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가자도 즐겁게 활동할 수 있어 많이들 좋아했다"고 했다. 

# "우리나라 토종식물 등 생명문화재 보호 앞장"
또 그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강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수업을 따라오기까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울산지역의 노거수를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 환경교육이 절실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환경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잔듸 담당자는 앞으로도 노거수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문화재를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노거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유해식물 외래종으로부터 토종식물을 보호하는 일 또한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유해식물 제거 프로그램 기획이 토종식물 보호의 또 다른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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