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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깊어만 가는 가을! 이번 주 마지막 단풍 구경 가볼까?

지금 영남알프스의 산등성이와 계곡은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을 비롯한 해발 1,000m급 이상의 산 정상부가 붉게 물든 지 1주일 정도 됐다. 붉게 물든 단풍이 산 아래로 번져 내려오는 이달 중순쯤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영남알프스의 단풍은 '한반도 동해 남부지방의 단풍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바위 능선과 깊은 계곡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가지산 정상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용수골 계곡과 쇠점골, 석남사가 자리 잡은 옥류골, 불당골, 서북쪽의 학심이골과 신불산의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에베로릿지와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밀양 얼음골의 용아장성, 표충사의 옥류동천, 재약산의 주암계곡 등은 설악산과 내장산의 단풍과 버금갈 정도로 색깔이 곱고 아름답다.

특히 가지산에서 이어지는 쇠점골과 재약산에서 이어지는 주암계곡의 곱디고운 단풍길은 그 길이만 10리를 이룬다. 그래서 단풍철이면 사람 10리! 단풍 10리! 물결 10리! 를 이룰 정도로 가을 정취를 구경하러 나온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온갖 빛깔로 물든 나뭇잎들에 눈길을 빼앗기다 보면 당연히 걸음걸이가 느릿해질 수밖에 없다. 단풍 든 나뭇잎을 바라보면 빨갛게 물들었다고 해야 할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고 할지, 결코 그 색깔을 단정 지을 수 없는 단풍들의 빛깔들을 보면, 스쳐온 지난날들의 추억과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쯤 재약산 아래 사자평 한쪽에는 고사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이 있었다. 필자의 기억 속에는 고사리 마을 움막집 평상에서 밤늦도록 기울였던 막걸리 한 잔의 추억과 그 집 찌그러진 창문 틈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별빛과 서늘한 초승달의 기억이 선연히 살아 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쓸쓸한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이 고사리 마을에는 이제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그 움막집도, 몰려다니던 염소들도, 고사리분교도, 이름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던 처녀 선생님도 이제 없다. 가을에서 겨울의 긴 터널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낙엽이 바람에 날려 쓰려지는 것처럼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도 낙엽이 되어 바람에 날려 보낸 것처럼….

단풍의 절정은 산꼭대기에서 시작된 단풍이 산 아래로 번져 산 전체가 80% 물들었을 때를 정의한다. 엄밀한 관측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산 아래 적당한 지점에서 맨눈으로 산 정상을 올려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의 8할 이상이 단풍으로 물들면 절정으로 보는 것이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걷는 등산이나 산책은 가을에 우울해지고 피로해진 심신을 달래주고 스트레스도 날려준다. 또한, 빨리 스쳐 지나가는 가을에만 잠깐 볼 수 있다는 점도 가을 단풍을 보는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하다. 

가을은 누구나 철학자(哲學者)를 만드는 계절인 것 같다. 하늘, 단풍, 바람, 억새, 운무 등의 테마로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를 구간별로 나눠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점점 깊어만 가는 가을! 이번 주 가족과 친구, 연인들과 함께 영남알프스로 마지막 단풍 구경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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