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울산(박상진)역과 신(新) 아이언로드
북울산(박상진)역과 신(新) 아이언로드
  • 김진영
  • 2021.03.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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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울산탐구] 김진영 전무이사
김진영 전무이사
김진영 전무이사

# 울산의 위상 바꿀 동해선의 완성
울산 태화강역이 신축 역사로 이전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국가철도공단이 동해남부선 2단계(일광~태화강) 구간 기존 태화강역을 새로 지은 역사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쳤다. 안타까운 것은 규모다.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신축 태화강역의 규모는 초라하다.

국가철도공단은 신축 태화강역이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무궁화호가 다니던 기존 태화강역이 철거돼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면 달라질 것이라지만 애초에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도시의 중심역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 철도교통의 심장이자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설이다. 일각에서는 울산의 중심역은 KTX울산역이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 할지 모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KTX울산역은 기형화된 노선과 응급조치로 위치를 선정한 역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곳이다. 국가철도망에서 울산이 얼마나 소외됐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과거로 잠시 돌아가 보자. 울산의 철도 역사는 관광과 경제적 목적 때문에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울산을 공업도시로 구상하면서 철도보다 비행기를 통한 수송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삼산에 대한민국에서 첫 비행장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철도는 총독부 주도가 아닌 사설철도가 출발이었다.

내륙의 물자와 천년고도 경주의 관광을 목적으로 개설된 울산의 철도는 경부선 허리인 대구를 기점으로 경주를 지나 울산을 종점으로 했다. 최초의 울산역이었던 지금의 성남동 일대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지만 철도 건설 이후 지도가 바뀌고 지역 민초들의 삶이 변했다. 

세월이 흘러 동해남부선이라는 이름으로 학산동으로 울산역이 옮겨가고 부산까지 철도가 이어지면서 울산은 또 한 번의 변신을 하게 됐다. 성남동 울산역사의 이전은 성남동 일대를 새로운 울산의 중심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고 상권과 인적교류의 중심이 성남동~학산동으로 이어지는 구시가지의 번창을 가져왔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동해남부선 철도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울산역은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삼산벌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 애초에 울산역은 지금의 효문역 위치로 옮기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울산역은 삼산에 자리를 잡았다. 무수한 소문과 구린내가 풍겼지만 명확한 사정은 세상에 드러난 부분은 없다. 비밀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이 부분에 대한 내막도 머지않아 조금씩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삼산에 울산역이 들어선 것은 1992년이다. 거의 20년을 울산의 대표역으로 자리했던 울산역은 KTX 개통과 함께 태화강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롭게 신축한 동해선 태화강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새롭게 신축한 동해선 태화강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 21세기 판 아이언로드, 동해선
이번에 새로 지은 태화강역이 문을 열면서 부전~일광역을 운행 중인 동해남부선이 울산 태화강역까지 운행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울산(박상진)역이 완공되면 여기서부터는 또 다른 세계와 연결이 이뤄진다. 가장 덕을 보는 역은 신경주역이다. 신경주를 기점으로 기존의 KTX는 울산역과 부산으로 보내는 동시에 해운대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고속철도를 서울로 보내는 교차역이 된다. 

북울산역은 북방교통지도로 보면 더 중요한 역이 된다. 북울산역은 서울 청량리로 가는 고속철도의 출발지점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동해선 철도의 중심역으로 자리해 부산과 울산, 강릉과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만나게 된다. 꿈이 아니다. 북한도 물류수송로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러시아도 극동 철도 노선의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철도공단에서도 이 부분을 미래 철도의 핵심으로 보고 국토의 동남쪽과 서울, 더 나아가 북한을 잇는 대륙철도를 구상하고 있다. 2,000년 보다 훨씬 전 철기문화가 이어진 신아이언로드의 부활이다. 

철도의 신설과 변화는 노선이 통과하는 주변 지역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부산 쪽의 일광지역의 경우 이미 대단위 신도시가 모습을 갖췄고 울산의 인구 이동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울산 북구 역시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송정동의 경우 동해선 북울산(박상진)역사와 함께 신도시 형성이 가시화 됐고 주변의 호계, 매곡 중산 등지에도 대단위 아파트와 개발붐이 불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바로 철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의 변화를 읽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 철도공단의 울산 철도역사 홀대
문제는 철도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철도공단과 울산시의 자세다. KTX울산역이 졸속 개통으로 곧바로 증축공사를 한 전례가 있는데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 예측이 빗나간 KTX울산역의 과오가 충분히 학습효과가 됐을 수 있지만 철도공단은 여전히 울산을 홀대했다. 

새로 지은 태화강역은 도시의 중심역이라는 이름과 달리 초라한 규모로 완성됐다. 외관은 고래 형상 운운하며 그럴듯하게 꾸몄지만 전체적인 규모는 턱없이 작다. 전국 광역시급 도시의 도심 철도역의 절반 이하 수준의 규모다. KTX울산역이 신경주역이나 오송역보다 작은 규모로 출발했던 과오를 그대로 반복하는 꼴이다. 

박상진 장군의 얼을 역 이름에 새겨넣은 북울산(박상진)역은 더 문제다. 새로 짓고 있는 북울산역은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현대화된 건축재료를 사용했을 뿐 규모나 내용은 초라한 간이역 수준이다. 처음부터 이 곳에 역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현장이다. 이 정도의 규모로는 동해선 중심역은 고사하고 개통과 함께 교통체증과 주차대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철도문제는 울산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반 시설이다. 특히 동해선 북울산역은 울산의 미래와 연관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동해선 철도는 단순한 철도 노선의 신설이 아니다. 이 철도는 2,000년 전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타고 강릉과 울산으로 이어진 북방인류의 이동루트와 철기문화의 보급로를 21세기형 연결망으로 부활하는 작업이다. 신아이언로드의 가시화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동해선은 기존의 철도 노선망과 신설철도의 연결 등 앞으로 닥칠 울산의 미래를 그려내는데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는 이야기다. 당장 북울산역의 규모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KTX울산역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지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여기에 보태자면 북울산역의 광역화다. 바로 신아이언로드의 밑그림을 울산이 그려내고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여기서 시작하는 작업이다. 달천이라는 철기의 뿌리가 북울산역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북방철도의 기점에 철기문화의 뿌리를 보여주는 옹골찬 콘텐츠를 만들어 쇠부리 소리와 불매질이 활활 타오른다면 북방철도의 꿈은 울산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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