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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전경.
현대중공업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최근 국내 기업에서 잇따라 사무직 직원들이 기존 생산직 중심 노동조합과 별도로 노조를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에서도 사무직을 중심으로 단체행동 분위기가 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이라는 모임이 이날 첫 번째 선전물을 발행했다.

이 모임은 SNS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730여명이 채팅방에 들어가 있다.

공동행동은 첫 선전물에서 'No Pay No Work(일을 시키려면 그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공동행동은 선전물을 통해 "사소한 듯 30분 일찍 출근하라 지시하고, 부서 당직이니 뭐니하며 10~20분 늦게 퇴근하는 것을 강요한다"며 "'미안한데 이것만 좀 해주고 가면 안돼?'라는 말 따위 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꼰대들이 경영자와 그 수하들의 자리에서 갑질을 일삼는다"며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말하며 틈만 나면 임금을 착취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업무시작 시간인 오전 8시 이전 출근 강요 금지, 퇴근시간인 오후 5시 PC 자동 종료, 계획 연·월차 등록 시 수량제한 폐지, 강제 시차출근제 및 시간악용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측에 대한 불만과 함께,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가 그동안 생산직 중심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 온 것에 대한 사무직의 소외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사무직 공동행동 오픈 채팅방에선 기존 노조 집행부나 생산직 조합원들이 들어와 불법 파견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무직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노조 설립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운영진이 신분을 밝히거나 노조 설립을 위한 법률 자문을 거치는 등 움직임이 아직 없고,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지만 이미 사무직(일반직) 지회가 존재하는데다 사무직 사원과 대리들은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전체 직원 1만 2,500여 명 중 사무직은 2,400여 명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노동계에선 생산직 위주인 기존 현대중공업 노조 현장 조직에 처음으로 사무직 중심 현장 조직이 탄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최근 국내 기업에서 잇따라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2월 LG전자에서 생산직과 별도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현대차, 금호타이어 등 자동차 업계에서도 사무직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사무직 노조 설립은 1980∼2000년대생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간 생산직이 주축이 된 임단협에 젊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결국 터져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ulas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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