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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준욱 울산소방본부장

시간은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4월을 신록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제 막 태동하는 신생아와 같은 여린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절의 신비함을 느끼고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울산의 영남알프스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9개의 산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 운문산(1,188m), 천왕산(1,189m), 문복산(1,015m)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영남알프스 전체면적은 약 255K㎡로 봄에는 진달래가, 가을이면 곳곳의 황금억새평원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이를 보기 위해 1년 내내 전국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산행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으며 산행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산악사고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지역 산악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572건이던 산악구조출동이 2020년에는 786건으로 37%나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봄철 산행은 통상 3월부터 5월 까지를 말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산은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시기로 낮에는 20도가 넘는 기온으로 땀이 나며, 밤이 되면 영하권으로 기온이 내려간다. 등산객들은 따뜻해진 날씨에 가벼운 마음과 옷차림으로 산을 오르다 보니 조난이나 부상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봄철 산악사고 구조현장에 다녀온 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겨울철 신체활동 부족으로 체력 저하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 △들뜬 마음에 초행길 나 홀로 산행 또는 등산 초보자끼리 산행 △일몰을 감안하지 않은 늦은 출발과 늦은 하산이다. 
 
봄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산행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산행의 준비부터 사고 발생시 효율적인 대처 방법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알아보자.
 
등산 계획을 세울 때에는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 코스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자신이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1~2시간 정도의 가벼운 등산로를 택하고,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3~5시간 정도의 등산로를 선택하면 등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행길일 경우 경험자와 함께 등반하거나 조언을 얻어 등산 코스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낮은 산이어도 산행 전 기상정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등산 계획이 세워졌다면 다음은 배낭꾸리기이다. 배낭에는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비한 여벌의 옷과 우의, 체력 보충을 위한 식수와 비상식량, 사고나 재난에 대비한 보조배터리와 손전등을 준비한다. 특히 봄철 산행은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벌 챙기고 체온에 따라 수시로 입거나 벗어 체온관리를 잘 해야 한다. 또한, 배낭의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 1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스트레칭은 필수이다. 평소 자주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가벼운 충격에도 부상을 당하기 쉽다. 따라서 산행 전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산행 후에도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통 및 저림 증상을 예방해야 한다.
 
봄철 산행은 해지기 두시간 전에는 하산을 마쳐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등반 소요 시간과 일몰시간을 확인해야 하며, 산행 중에도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체크해 정상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정해진 시간에는 반드시 하산을 해야 한다. 늦은 출발과 하산은 무리한 산행을 불러오고 그만큼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하산 시에는 산악장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근육 피로도는 15% 정도 감소하고, 산행속도는 3.6% 정도 빨라지며, 칼로리는 20%정도 더 소모한다. 이는 하반신에 집중돼 있는 운동량을 상반신으로 분산시켜 체력 안배와 균형 유지 통해 안전사고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산행 중 부상이나 조난을 당했을 때에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2차 손상 예방을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119구조대를 기다린다. 산악 특성상 사고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근처 산악위치 표지판 번호를 알려주거나, 휴대전화의 GPS 기능을 켜두면 119구조대원이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또한, 예비 배터리를 반드시 휴대해 통신이 두절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초록이 솟아나고 신록이 푸르러지는 지금, 산을 사랑하는 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이 되길 기원하며, 산행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안전'이 돼야 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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