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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재 예술 더하기 예술 대표
신현재 예술 더하기 예술 대표

코로나19가 인종차별을 드러내 보여줬고 우리 안에 숨어있던 차별적인 태도가 공격적으로 표출되는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이, 차별, 존중 등 다양성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한편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인식이 변해오고 있었지만 그 반대에서는 여전히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을 통해 본인이 가진 다양성에 대한 생각 특히, 울산 공연예술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작년 4월, 마술로 마스크를 만들어 내 울산에서 생활 중인 외국인분들에게 기부했고 그 모습이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큰 화두가 됐던 그 당시,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을 보면서 차이와 차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됐고 나의 프로젝트는 그 생각에서 시작됐다. 
 
차이와 차별은 다름과 틀림의 관점에서 온다. 차이는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려는 태도가 전제되는 것에 반해 차별은 내 기준을 중심으로 상대를 재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차이는 상대의 다름 또는 불편함에서 시작되고 차별은 상대의 틀림과 나의 불편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차이를 볼 수 있게 되면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야지만 구매할 수 있을 만큼 귀하고 귀했던 공적 마스크. 몇몇 외국인들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혹은 신분에 의해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고 '모든 것을 떠나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시기'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나는 그들의 상황이 우리 사회가 만든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위해 어떤 행동이든 하고 싶었다. 마침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순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던 나는 나의 예술을 활용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차별과 차이에 대한 고민이 새로운 형태, 새로운 표현을 만들려는 시도를 낳았고 나는 다양성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그때의 내가 차별적인 생각을 가졌었더라면 그저 한국인들을 1순위로 기준을 두고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후 순위로 밀어내는 것이 옳으며 우리도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그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생각해 보자.
 
울산의 젊은이들은 울산에 즐길 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서울에서의 10년 활동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돌아온 지 5년 차인 나도 공연과 전시를 공부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꼴로 서울을 방문하니 말이다. 
 
울산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함이 적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가 다양하다고 믿는 착각이다. 울산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확장돼야 한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연예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울산은 전통이 강한 지역이다. 국악, 연극, 축제 등 정통을 이어오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고, 또 자신의 색을 찾아내어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해 오고 있는 좋은 선배님들도 많다. 
 
하지만 새로움의 비중이 적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활동들이 나와야 한다. 그 이상함은 기존의 활동들과 다르고 차이가 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니 그 낯선 활동들이 많이 나타나야 한다. 
 

“연습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훌륭한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느껴라" 나의 스승님이 나에게 항상 해주신 말씀이다.
 
마술 기술을 열심히 연습하면 실력 있는 마술사가 될 수 있지만, 거기에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더하면 훌륭한 마술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이라는 연습실의 문을 열고 낯선 이들과 낯선 예술을 만나자.
 
자신의 예술에 정답을 갖되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나의 정답에 동의하는 이들보다 정답과 차이 나는 의견을 주는 낯선 이들을 만나자.
 
나와 다른 이들과 다른 장르의 차이를 즐기며 어울리다 보면 언젠간 다양성을 가진 우리의 예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예술에 대한 감각을 깨웠으면 한다.
 
부족한 나의 글 역시 다양함 중에 하나일 뿐이며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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