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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버스.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 전세버스 업계가 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수십년 해묵은 '불법 지입 차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서로의 이해 타산으로 업체와 지입 차주가 상생해왔지만,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자 '불법 카르텔'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관계를 사실상 묵인해 온 울산시는 구체적인 문제가 불거지자 우왕좌왕하면서 업체와 불법 지입 차주 모두에 '양벌죄'를 적용하겠다며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울산의 한 전세버스 업체에 지입 차주로 일해 온 A씨는 최근 울산시를 찾아가 "불법 지입 영업을 했다"며 양심 고백을 했다. 


 A씨의 양심고백은 경영 악화로 업체 법인 대표가 바뀌면서 당초 약속한 정산금을 제 때 지급받지 못한 울분에서 나왔다. 


 지난해 3월 이 업체로부터 2,000여만원에 버스 1대를 구입한 A씨는 울산의 한 대기업 출퇴근 운행을 맡았다. 대기업이 이 업체에 지불을 약속한 금액은 하루 15만원. 주말을 제외한 한달 20일 운행 대금은 300만원이다. 업체는 이 중 관리비 명목의 지입료 65만원을 포함해 각종 세금과 과태료 등을 제외한 금액을 A씨에게 정산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경영이 악화되고 올해 5월 업체 법인명과 대표가 바뀌면서부터 A씨는 지금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씨는 해당 대기업에 전화를 걸어 운행 대금 지급 여부를 확인했다는 이유로 버스의 번호판을 빼앗기기도 했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버스는 서류 상 법인 소유로 돼 있어, 업체의 동의 없이는 되팔수도 없다. 
 이 같은 업체의 부당함을 울산시에 알렸지만, A씨가 시 담당 공무원으로 부터 듣게 된 답변은 "양벌죄를 적용하겠다"는 으름장과 "업체와 합의할 생각은 없느냐"는 회유였다.  


 A씨는 이 공무원의 답변이 마치 '업체와 기사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문제를 덮어라'는 종용으로 들렸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같은 업체에서 지입 차량을 운행, 비슷한 피해를 입은 동료 기사 4명과 함께 업체 대표를 임금 체불 등의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울산에서 불법 지입 차주로 잔뼈가 굵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울산의 27개 전세버스 업체 중 18개 업체는 불법 지입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씨의 증언은 각 업체마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불법 지입 차주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할 정도여서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특히 다수의 업체는 일일이 업체 명을 거론하면서 "100% 불법 지입 차량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협동조합 형태의 지입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는 B씨는 울산시가 전세버스 불법 지입 문제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매년 2차례 점검을 하고 있지만, 형식적일 뿐이어서 불법 지입 차량 운행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가 전세버스 업체를 점검하면서 기본적인 근로계약서나 급여명세서, 급여 입금 내역만 확인하더라도 울산의 1,000여대 전세버스 중 70% 이상이 불법 지입 차량인 점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불법 지입 차량을 확인하거나 적발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업체와 시 담당 공무원이 결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최근 개인적 채무관계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울산 법원이 특정 업체의 불법 지입 차량 사실을 판결로 확인했고, 이 같은 사실을 시에 알렸지만 묵묵부답일 뿐이었다"며 관련 판결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울산시도 전세버스 업계에 불법 지입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울산시 담당 공무원은 "전세버스 업계의 불법 지입은 암묵적인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시는 수사권이 없어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입 차주와 업체에 양벌죄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담당자는 "불법 지입 사실이 적발되면 업체와 차주 모두에게 양벌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둘 다 고발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불법 지입 차량 문제가 시에 접수됐고, 관련 사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시는 지금까지 전세버스 불법 지입 차량 문제를 적발하거나 단속한 사례가 단 1건도 없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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